지난 2월, 경기 화성시의 한 병원에서 치료용 선형가속기를 해체하는 과정 중 방사성폐기물 일부가 분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20일 조사에 착수했고, 분실된 물질의 표면선량률이 시간당 0.2~0.9μSv 수준으로 자연방사선과 큰 차이가 없어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발표만 보면 안심해도 될 사건처럼 보인다. 실제로 수치만 놓고 보면 급성 건강 피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고를 단순히 '저선량 물질의 관리 실수'로 치부한다면, 우리는 더 중요한 질문을 놓치게 된다. 왜 방사성 물질은 반복적으로 관리망 밖으로 사라지는가. 그리고 왜 그때마다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이 되풀이되는가. 이번 사건은 우연한 일탈이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의료기관, 연구시설, 산업체, 원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되풀이되어 온 방사성 물질 관리 실패의 연장선에 있다. 문제의 본질은 방사선량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방사성 물질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회적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사선이나 방사성 물질 관련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규제기관의 논리는 비슷하다. "선량이 낮아 안전하다", "기준치 이하라 문제 없다"는 설명이다. 과학적 수치로 보면 일정 부분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방사선 안전관리의 핵심은 단순한 피폭량 평가에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방사성 물질이 관리 체계 안에 있는가, 즉 통제 가능성이 유지되고 있는가이다. 방사성 물질은 한 번 관리망을 벗어나면 추적이 매우 어렵다. 특히 의료기관처럼 방사선이 주된 업무가 아닌 조직에서는 장비의 사용 단계보다 폐기·해체 단계에서 관리 공백이 발생하기 쉽다. 사용 중에는 규제가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작동하지만, 장비 수명이 끝난 뒤 해체와 폐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책임 주체가 분산되고 긴장감이 느슨해진다. 외주 인력이 투입되거나 규정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방사성 부품이 일반 고철처럼 취급되는 순간, 사고 가능성은 급격히 커진다. 이번 화성 병원 사례가 바로 그런 유형이다. 장비가 작동하는 동안이 아니라 폐기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국내외 사례를 보더라도 방사성 물질 사고의 상당수는 이 단계에서 벌어진다. 관리의 사각지대가 구조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복되어 온 대형 관리 실패 화성 병원의 방사성 폐기물 분실 사고는 결코 개별적인 사건으로 볼 수 없다. 과거 사례들이 이미 분명한 경고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의 방사성폐기물 분실 사건이다. 연구원은 무려 71.8톤에 달하는 방사성폐기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 이용시설 해체 과정에서 해체 폐기물 관리가 부실하게 이루어지면서 납 폐기물과 금 등 금속류, 토양, 콘크리트 등 다양한 원전 폐기물이 언제, 어디로 사라졌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유실된 것이다. 당시에도 당국은 연간 피폭선량이 기준치 이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가 최고 수준의 원자력 연구기관에서 수십 톤 규모의 폐기물이 관리망을 벗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었다. 이는 단순한 현장 실수가 아니라 이력관리 체계, 추적 시스템, 감독 구조 전반에 구조적 결함이 존재한다는 신호였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