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만난 문형배 전 재판관 "고등학교 때 생활법률 정도는..."

"주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은 한국 사회에 또 하나의 정치적 장면을 남겼다. 그 결정을 낭독했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25일 충청남도교육청교육연수원 강단에 섰다. 퇴직 이후 <호의에 대하여>를 펴낸 그는 이날 교사와 교육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장에는 교사, 교장·교감, 교육청 직원 등 학교 현장의 구성원들이 자리했다. 헌정 질서의 중대한 국면을 직접 경험한 인물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이날 강연의 중심은 판결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있지 않았다. 그는 '호의'와 '교육'을 말했다. 그리고 그 화두는 자연스럽게 교실을 향하고 있었다. 문 전 재판관은 강연 초반 자신의 독서 습관을 언급했다. "제가 책을 읽는 이유는 무지를 극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무경험을 극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판사의 직업적 한계를 솔직히 드러냈다. "어떤 죄를 지었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피고인이고,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은 판사입니다." 피고인의 삶을 살아보지 않은 판사가 자신의 일반적 경험과 상식, 이른바 '경험칙'에 기대 판단하는 순간, 삶의 맥락은 쉽게 단순화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배워야 한다고 했다. 책을 통해서라도 타인의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은 법정 이야기였지만, 동시에 교실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교사 역시 학생의 삶에서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학생의 맥락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는가. 민주시민교육은 교과서의 정의를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 아닐까. 호의는 여유가 아니라 최소한의 예의다 강연의 중심 화두는 '호의'였다. 슬라이드에는 "따뜻한 '호의'가 흐를 때 사회는 비로소 다시 숨을 쉴 수 있습니다"라는 문장이 떠 있었다. 그는 호의를 시혜나 여유의 산물로 보지 않았다. "호의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우리의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40년 전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한 교사를 떠올리며 그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호의"라고 답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의 말을 인용해 개인의 성취 상당 부분이 사회적 자산 덕분임을 설명했고, 하버마스의 논의를 통해 사회 정의는 시민적 연대 속에서 촉진된다고 덧붙였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