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환영한다'면서 일본 식당 사장이 케첩으로 써준 말

"요즘 일본 사람들이 한국 사람 좋아서 난리래요. 술도 사고 밥도 산대요. 선배는 좋겠어요. " 작년 연말이었다. 6개월 일본 대학 연구원으로 내정된 뒤 어느 넉살 좋은 여자 후배가 농을 건넸다. 어이가 없어 "실없는 소리 작작 하라"고 했으나 내심으로는 요즘 일본이 그런 분위기인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에 우호적인 정서는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다만, 아무리 한국이 좋다 한들 일본인이 50대 중년 한국 남성에게 무턱대고 밥을 사거나 술을 사는 기적(!)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오사카에서도 한국(인)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어디 출신인지 물어보고,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도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같은 인사로 친근감을 표시한다. 한국 드라마나 케이팝을 화제로 올리는 일도 흔하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오징어게임>이나 그룹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는 말해 무엇하랴. 20년도 더 된 드라마 <겨울연가>나 <대장금>을 감명 깊게 보았다는 사람도 꽤 된다. <겨울연가>가 일본에 소개된 것이 2003년이니 그동안 한국 드라마, 음악, 영화 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건 엄연한 사실이다. 젊은 층은 한국을 향한 애정이 더하다. 연초 일본 지도교수의 소개로 오사카대학 내 한국어교실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한국인 대학생이나 연구원이 일본 대학생들과 함께 한국어로 대화하고 일본인은 한국어를 배우는 일종의 교류활동이었다. 참석한 일본 대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전공이 아니라도 독학하거나 제2외국어로 공부하는 학생도 많았다. 의대에 다닌다는 1학년 여학생은 "의학을 계속 공부할지, 내가 좋아하는 한국으로 유학을 갈지 진로를 고민 중"이라고도 했다. 음식점에 가도 한국어를 하는 직원이 꽤 있고 젊은 직원 중에는 흔하다. 한국에 어학연수나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이들도 여럿 보았다. 한결같이 "한국이 좋아서"라고 했다. 한국인인 걸 알아차리고 연신 관심과 호의 일본 슈퍼마켓에서는 한국 음식이나 반찬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김치나 조미김 같은 반찬, 고추장, 고춧가루 등의 양념은 광고 문구로 '한국 직송'을 내건다. 한국에서 건너온 것을 최고로 친다는 뜻이다. 한국 라면이나 나물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한국 미용에도 관심 많다더니, '한국 미용 크리닉'을 내건 피부숍도 눈에 띄었다.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도 한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사는 도요나카시만 해도 순두부, 삼겹살, 삼계탕, 김치찌개 등을 파는 식당이 적지 않다. 김밥, 떡볶이, 라면 등 분식집도 인기가 있다. 다만, 일본에서 한국과 같은 수준의 맛이나 가격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한식을 '서민음식'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김밥 한 줄에 1000엔(9300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특히 체인점의 경우 가격도 비싸고 맛이 한국과 다른 경우도 많다. 단적인 예로 한국식 치킨의 경우, 같은 양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보다 2~3배 비싼 듯했다. 맛도 기대했던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굳이 애써 한식당을 찾지는 않는다. 대신 숙소에는 저렴(!)한 한국 (컵)라면만 쌓여가고 있다. 일본에 온 지 보름 정도 지났을까. 호기심에 전철로 20분 거리인 다카라즈카시에 간 적이 있다. 외진 도시로 볼거리라곤 데즈카 오사무(아톰의 원작자) 기념관과 가극으로 유명한 다카라즈카 대극장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철역 근처 상가에서 우연히 한식당 간판을 보았다. 호기심에 들어가 보았더니, 배경음악으로 한국 무명가수의 가요 메들리가 흘러나왔고 주인은 한국인이었다. 부침개와 돌솥비빔밥을 주문했는데 양은 적었지만 입에 맞았다(일본은 추가 반찬 비용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일본에서 처음 먹은 한식이었다. 여자가수가 트로트풍으로 부르는 김현식의 <내사랑 내곁에>를 듣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