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14시간의 함정... 정부도 하는 '쪼개기 계약'의 실체

"퇴직금은 (일을 시작하고) 1년 지나야 주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11개월 15일 된 사람은 왜 안 주는 거예요? 정부도 사실 2년 지나면 정규직 된다고 1년 11개월 만에 다 해고하죠. 계약도 1년 11개월만 하죠. 또 퇴직금 안 주겠다고 11개월씩 계약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 달 쉬었다 다시 채용하죠. 정부가 그러면 됩니까? 그건 말이 안 되잖아요. 정부가 부도덕해요." 2025년 12월 9일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이렇게 말했다. 현행 근로기준법과 퇴직급여 보장법 등에 따르면, 사용자는 1년 이상 계속 근로한 노동자에 대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사용자는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단기 계약을 반복하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에서도 이런 행태를 일삼는다고 비판하며 "그러면 됩니까"라고 꼬집은 것이다. 1. 부산의 쪼개기 계약의 실태 필자는 부산에서 일을 하면서 '이래도 되나' 싶은 여러 번의 '꼼수' 계약을 경험했다. 부산의 두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던 시절의 일이다. 한 대학은 3월 1일부터 고용보험에 가입했지만, 다른 한 대학은 굳이 하루를 미뤄 3월 2일에 가입을 했다. 이러한 '꼼수'는 관행처럼 몇 년 동안이나 계속됐다. 그 이후, 내가 일했던 또다른 회사는 고용보험에 1년 가입하고 퇴직금을 준 뒤, 다시 1년을 계약하는 방식을 반복하기도 했다. 2021년 부산노동권익센터가 실시한 '아파트 경비․청소 노동자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 노동자 534명 중 3개월 근로계약이 253명(47.48%)으로 10명 중 4.7명이고, 4개월~6개월 근로계약(13.8%)까지 합치면 1년 미만 단기 계약이 63.6%다. 1년 계약(33.1%)까지 합하면 96.8%이다. 경비노동자의 경우 1년 계약을 하고 하루 이틀을 남겨둔 시점에 계약종료가 되어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비노동자의 총 근로 경력은 5년 이상이 41.8%, 현 직장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인 비율은 57.2%였다. 2022년 부산참여연대의 '부산지역 청년 알바 실태 조사'에서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면,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을 할 의향이 있는가'를 묻자, 응답자 121명중 117명(96.7%)이 "그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2025년 부산노동권익센터가 실시한 '부산지역 쪼개기 계약 실태 설문조사'(116명) 결과는 1년 11개월 계약 반복 경험이 10명 중 4.5명, 주 15시간 미만 근로 경험이 10명 중 3명, 11개월 계약 반복 경험이 10명중 1.8명 이었다. 쪼개기 계약이 가장 많이 발생 업종은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가 33.6%로 10명중 3.7명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서비스업(카페, 편의점, 음심적, 호텔 등)이 30.2%로 10명 중 3명으로 뒤를 이었다. 계약 종료 후 동일한 조건으로 다른 사람이 일한 경우는 62.1%로 10명중 6명이었다. 2. 사용자는 왜 그럴까? 사용자들이 굳이 번거로운 쪼개기 계약을 반복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행 노동법이 정한 특정한 '시간'과 '기간'의 문턱만 넘지 않으면, 인건비를 합법적으로 줄이고 고용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주 14시간의 마법: 주휴수당 부담 절감과 4대 보험 회피 유인. 현행법상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주휴수당(유급 휴일)을 보장해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약 20%의 인건비 증가 효과가 나타나고, 월 60시간(주 15시간) 이상 일할 경우,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가입 의무도 발생한다. 앞선 실태조사에서 쪼개기 계약 경험자의 10명 중 3명(30.2%)이'주 15시간 미만'을 경험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동시간을 주 14시간으로 하면 주휴수당이 발생하지 않고 일부 사회보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근로시간을 주 15시간 미만으로 설계하려는 유인이 사라지기 어렵다. 부산 청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면 1주일에 15시간 일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10명 중 9명이 긍정적으로 응답한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이는 청년들이 노동시간을 더 늘리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노동시간이 제한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둘째, 11개월의 비밀: 퇴직금과 연차휴가 회피 유인.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은 1년 이상 계속근로한 노동자에게 발생한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히 '1년'이라는 기간뿐 아니라, 그 기간이 단절 없이 이어졌는지 여부, 즉'계속근로'요건이다. 1년을 채우지 못하면 퇴직금 지급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