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말로 시작·끝, 대전·충남 행정통합 무산 수순 ‘역풍’ 우려

정부와 여당 주도로 ‘급물살’을 타는 듯하던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지역 정치권의 책임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통합 무산 시 추진 과정에서 혼란과 갈등을 유발한 여야 모두 정치적 책임에서 피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 속에 ‘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26일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에 따르면 대전·충남 통합은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난 2024년 11월 통합을 선언하며 촉발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무관심으로 수면 아래에 머물던 통합 논의는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의 의지 표명 이후 급부상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5일 충남도민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충남·대전을 모범적으로 통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8일 민주당 소속 충남·대전 국회의원과 만나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뽑을 수 있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 조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은 하루 만에 통합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속도전에 나섰고 두 달 만에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여당의 특별법안에 놓고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와 지방의회, 국회의원이 자치 권한과 재정 이양 미흡 등을 지적하며 통합법안 처리에 반대하면서 24일 국회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야당과 시도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하지 말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며 “천년의 역사를 가진 광역 행정구역 통합을 충분한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국회 임시회기가 남아있어 합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통합 동력은 약화한 것으로 평가한다. 지자체 공무원과 교육공무원, 시민단체 등은 행정통합 유보에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겨냥해 행정통합 무산 책임을, 국민의힘은 여당의 졸속 통합을 내세워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지역 재도약의 염원이 국회 법사위 문턱에서 무너졌다”며 “거대 경제권 구축, 20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지역 발전의 핵심 동력이 멈춰섰다”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이장우 시장은 “행정통합에 반대한 적 없다. 민주당이 낸 엉터리 법안에 반대한 것”이라고 말했고, 김태흠 지사는 “행정통합을 설계했던 당사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통합시계를 조금 늦추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원이 분명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지만 4년간 최대 20조원에 달하는 재정 인센티브가 사라지고 공공기관 지방 이전 차질에 따른 ‘후폭풍’이 여야 어느 쪽에 집중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혁신도시는 대전과 충남이 지정돼 있어 추진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통합시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잇따라 출마를 선언했던 민주당 후보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최대 관심사였던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출마 가능성이 사라진 가운데 대전과 충남에서 각각 경쟁력을 가진 후보들이 주목받게 됐다. 박범계 의원은 28일 충남 천안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통합시장 출마의 닻을 올린다는 계획이었다. 국민의힘에선 이 시장과 김 지사가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우며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