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啐啄同時).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어미 닭과 병아리가 동시에 껍질을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주로 학문적 성취를 위해 스승과 제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련자들이 동시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두루 쓰인다. 이재명 대통령의 '실시간 국무회의'를 지켜보면서 떠올린 사자성어다. 그는 뿌리 깊은 우리 사회의 그릇된 관행과 제도를 혁파하기 위해 거의 매일이다시피 장관 등 고위공직자들 앞에서 '화두'를 쏟아내고 있다. 언뜻 뜬금없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까지 거침없이 직진 중이다. '주가 5000P 돌파'의 자신감일까. 역대 정권이 건드릴 때마다 패착으로 귀결된 부동산 문제까지 연일 거론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너도나도 '긁어 부스럼'이 될 거라고 여겼을 텐데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미 주변에선 '이재명은 한다면 한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게 된다. 이 대통령이 연일 생방송으로 던지는 개혁 과제는 '각론'이지만, 강물이 바다를 향하듯 종착지 격인 '총론'으로 수렴되는 모양새다. 이미 블랙홀이 돼버린 '수도권 일극 체제의 혁파'가 그것이다. 이를 방치하면 수도권과 지방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에 기인한 것이다. 이는 당선 직후부터 줄곧 강조해 온 바다. 지방 재정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비유적인 표현일지언정, 수도권과의 거리에 비례해 예산을 지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지방 분권은 그의 진심이라고 해도 무방할 성싶다. 유동 자산의 흐름을 부동산 투기에서 주식 투자로 선회시켰고,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혜택도 없앴다. 직접 거주하지 않는 투기 목적의 주택 소유를 차단할 제도를 마련 중이며, 급기야 경자유전이라는 헌법 정신까지 거론하며 투기성 농지 보유의 관행까지 문제 삼고 있다. 가히 '비정상의 정상화'라 할 만하다. 부동산을 '만악의 근원'으로 여기는 이 대통령의 인식은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잘사는 지방 분권의 본령에 맞닿아 있다. '서울의 집 한 채로 지방의 아파트 한 동을 살 수 있는' 왜곡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게 곧 지방 분권을 위한 핵심 기반이라는 뜻이다. 이른바 '부동산 불패 신화'를 혁파하겠다는 선언이고, 여기에 정권의 명운을 건 셈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낡은 관행과 적폐에 맞서는 그의 결연한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헤아려 보니 성인이 된 후 9명의 대통령을 경험했지만, 이 대통령만큼 '디테일한' 경우는 처음이다. '흙수저' 출신에다 오랜 행정 경험을 통한 국정 자신감에서 비롯된 걸로 보인다. '정권의 무덤'이라는 부동산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올린 마당에 그의 '도전'이 여기서 멈출 것 같진 않다. 잠깐 숨을 고를지언정 여세를 몰아 다음의 개혁 과제를 향해 치달을 것이다. 열정과 도약을 상징하는 '붉은 말의 해'라는 병오년 올해 그의 다음 채찍질은 어디를 향하게 될까.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