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든든한 사회로 가는 건널목, 성평등 정책

빛의 혁명으로 태어난 국민주권정부가 빛의 속도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느라 국무회의 생중계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친지들이 주변에 늘어나고 있다. 여의도, 한남동, 남태령, 안국동에서 연대하는 응원봉 빛을 부여잡고 추위를 견디며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걱정으로 분노하던 겨울을 지나고 나니 아침에 눈뜨면 주가가 매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의 활동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세상에서 살게 되어 다행이다. 윤석열정부에서 폐지 일보 직전까지 갔던 여성가족부는 3실 6관 체제의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되었고, 성평등정책은 국정목표인 "기본이 든든한 사회"를 향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자리매김되었다. 성평등정책은 김대중정부 이후 민주당 정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전 정부의 역행을 되돌리고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길은 멀고 마음은 바쁘다. 도넛보고서의 경고 최근 옥스팜코리아가 발간한 '2026 옥스팜 도넛보고서'는 한국사회의 다층적 불평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도넛은 경제학자인 케이트 레이워스의 '도넛 경제학'에서 차용된 개념인데, 동그란 도넛의 안쪽 동그라미는 사회가 반드시 보장해야 하는 사회적 기초 조건을 바깥쪽의 동그라미는 넘지 말아야 할 환경적 한계를 의미한다. 도넛 모양 두 동그라미의 안쪽이 모두가 존엄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기본사회를 지향하는 이재명정부가 눈여겨보며 정책수립에 참고할만한 기준선이다. 광장에서 응원봉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다양한 시민의 요구를 두 개의 동그라미 안에 수렴해서 사회적 기초가 모두에게 튼튼하고, 기후위기나 재난 등의 외적 조건에서 모두를 지켜낼 수 있는 기본이 든든한 사회의 상한과 기초를 정하는 정책의 범위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 보고서는 유례없는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의 불평등 심화로 인해 많은 시민이 안쪽 동그라미의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중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불평등은 소득 및 자산, 노동시장의 격차와 복지 사각지대, 교육격차, 기후위기의 불평등한 영향, 성별 불평등까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성불평등은 남녀 간 갈등의 문제로만 축소하기 어려운 구조적 차원의 문제이다. 노동시장, 돌봄 체계, 복지수급권 및 사회적 인식 전반에 복합적 불평등 구조로 굳어져 있고, 사회구조적 안전망인 도넛의 안쪽 동그라미를 붕괴시키는 핵심 층위로 작동한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2023년 중위 월소득 기준으로 29.3%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데 회원국 평균 격차(11.3%)의 2.6배에 달한다. 그 원인은 성별 직종분리, 고용형태의 차이, 조직의 유리천장 같은 것들이다. 여성 일자리는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서비스 직종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남성은 고임금의 제조업, 전문기술 분야에 몰려 있다. 직장의 안정성도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불평등에 일조하고 있다. 여성의 고용률이 지속 증가해 왔지만 여전히 남성과 14.7% 포인트 격차가 있다. 남성노동자 중 정규직 비중은 69.6%인 반면, 여성은 52.7%에 불과하다. 초단시간 노동자의 67%가 여성이다. 격차는 의사결정 권한이 커질수록 확대된다. 상장법인 임원 중 여성 비율은 여전히 10% 미만에 머물고 있다. 돌봄 전담과 맞물려 있는 여성의 경력 단절 노동시장의 불평등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것이 돌봄 부담에서의 불평등이다. 돌봄 부담이 여성에게 편중되어 맞벌이가구의 경우 가사노동시간의 성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두 배 이상 길게 가사와 돌봄에 시간을 할애한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