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2021년까지, 강남의 한 수선집 장인은 손님의 낡은 루이비통 가방을 받아 해체하고, 그 가죽과 원단으로 새로운 가방과 지갑을 만들어 돌려주었다. 손님이 맡긴 물건으로, 손님이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 손님에게 돌려주는 일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건당 수선비는 10만 원에서 70만 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루이비통은 2022년, 그 수선집 장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자사 상표가 새겨진 가죽으로 만든 물건이 기존과 다른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이유였다. 1심과 2심은 루이비통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리폼 결과물 역시 독립된 교환가치를 가진 물건으로 볼 수 있고, 루이비통 상표가 그대로 남아 있는 이상 이를 접하는 사람이 원래의 제조 주체를 루이비통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 판단의 결론은 손해배상 1500만 원이었다. 수선집 장인은 상고했다. 대법원이 다시 물었다, 그 상표는 '시장'에서 사용된 것인가? 지난 2월 26일,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주목한 것은 상표의 '존재'가 아니라, 상표의 '기능'이었다. 상표법이 보호하는 것은 로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로고가 거래시장 속에서 수행하는 출처표시 기능이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어느 회사의 제품인지 식별하도록 돕는 기능이 상표권의 핵심이다. 그런데 소비자가 이미 구매한 자신의 가방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변형하도록 맡기고, 그 결과물을 다시 자신이 사용하는 경우라면, 그 물건은 거래시장에 새로운 상품으로 공급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가죽에 남아 있는 로고 역시 새로운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은 이 지점을 지적했다. 단지 리폼 결과물이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나, 수선업자가 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중요한 기준도 함께 제시했다. 형식상 리폼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업자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유통시키는 수준에 이르렀다면 상표권 침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예외적 사정이 존재하는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통해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며, 그 점을 입증할 책임 역시 상표권자에게 있다고 보았다. 물건을 샀는데, 왜 허락을 받아야 하는가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