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박연준의 토요일은 시가 좋아]〈31〉

말아, 다락같은 말아,너는 점잔도 하다마는너는 왜 그리 슬퍼 뵈니?말아, 사람 편인 말아.검정콩 푸렁콩을 주마.이 말은 누가 난 줄도 모르고밤이면 먼 데 달을 보며 잔다.―정지용(1902∼1950)사모하는 스승이 전북 군산의 작은 서점에서 정지용 시를 톺아보는 강의를 한다는 소식에 참석했다. 겨울 막바지라 바람 끝이 순했고, 지용의 많은 시 중 유독 이 시에 눈길이 머물렀다. 말에 대해 무엇도 이야기해주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시. 화자는 말의 형상을 묘사하지도, 말과의 경험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를 부르고, 말을 건넬 뿐이다. “말아, 다락같은 말아,/너는 점잔도 하다마는/너는 왜 그리 슬퍼 뵈니?” 앞의 세 줄만 소리 내어 읽어보라. 그러면 시의 작은 비밀 하나가 열릴지 모른다. 시는 무언가를 ‘제대로’ 호명할 때, 얼굴을 보여준다. 시는 누군가를 간곡히 부르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정지용은 걷거나 달리는 말을 그리지 않는다. 사람을 태우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