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1844~1910)의 생애 마지막 그림 <꿈>은 인간 본성이 악하다고 여기는 견해와는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밀림에서 한 여인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비스듬히 앉아 있다. 숲에는 온갖 꽃이 만발하고 나무에는 먹음직스러운 열매가 달려있다. 그녀 주위에 다양한 동물이 있다. 나무 위에는 새가 있고 그 아래로 코끼리 머리가 보인다.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면 위험한 맹수도 있다. 사자 두 마리가 머리를 내밀고, 그 옆으로 큰 뱀이 한 마리 지나가는 중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전혀 불안과 위험의 분위기를 풍기지 않는다. 바로 앞에 맹수들이 있음에도 평화롭다. 우연한 느낌이 아니다. 다분히 화가가 의도한 분위기로 보인다. 두 마리의 사자 뒤편으로 한 여인이 화려한 색의 치마를 입고 피리를 불고 있다. 자연과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다. 사람·동물·나무가 음악과 함께 한데 어우러진 축제의 장으로 느끼도록 그려져 있다. 자연적인 요소로만 채워진 밀림이라는 배경을 고려할 때 탐욕으로 가득한 이기심 등 문명의 흔적과 거리를 두려는 의도가 읽힌다. 자연 상태에서 선한 인간을 그리다 앙리 루소는 <꿈>에서만이 아니라 여러 작품에서 문명화된 생활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자주 그렸다. 그가 평소에 "자연 외에는 스승이 없다"라고 주장한 점도 이와 연관이 깊다. 자연 상태에서의 인간성을 향한 관심은 원시적 자연 묘사만이 아니라 인위적 기교가 생략된, 어린이의 그림처럼 평면적이고 소박한 표현으로 나타났다. 전문적인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못한 점도 작용했지만, 그의 지향에도 맞물려 있다. 기존 회화의 틀을 넘어서는 소박한 그림을 지향하여 "어린이 모두가 예술가"라고 여겼던 피카소가 규칙에서 벗어나 아이처럼 그리는 루소에게 끌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피카소는 자기 화실에 여러 화가를 모아 '루소의 밤'이라는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벽에는 "루소에게 영광을!"이라는 글을 걸어 두었다. 이성적인 원근법과 구도, 합리적인 화면구성으로 달려온 서양미술의 한계를 넘어서려 했던 고갱은 그의 그림을 보고 "진실이 있어. 미래가 있다고! 바로 여기에 회화의 진수가 있어!"라고 감탄했다. 이로 인해 현대 소박파 미술, 원시적 미술의 아버지라 불리기도 한다. 대체로 원시 상태의 평화와 풍요를 강조한다. 인간과 동물은 물론이고 인간들 사이에서도 어떠한 해를 입히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상대를 밟고 올라서려는 현대인과 선을 긋는다는 점, 원시 상태가 인위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인류의 뿌리와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인간이 본래 지닌 선한 본성을 드러내려는 화가의 열망이 녹아있다. 앙리 루소의 문제의식은 당시의 사상적인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18세기에서 20세기 초반까지 유럽에서는 '선한 원시인'이라는 문학적·철학적인 경향이 뚜렷하게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유럽은 산업혁명에 따라 산업화·대도시화가 맹렬하게 진행되고, 극심한 빈부격차에 더해 범죄를 비롯하여 온갖 사회적 악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중이었다. 이에 반발하며 인간의 이상적인 모습을 선한 원시인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생겼다. 원시와 문명의 대비를 통해 본래 선한 인간이 어떻게 이기적이고 악한 존재로 변하는지를 드러내려 했다. 루소, 본래 만물은 선했다 18세기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는 <랭제뉘>라는 소설에서 선한 원시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랭제뉘'는 프랑스어로 '순박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탈리아 화가 브루넬레스키(1879~1949)의 <랭제뉘>는 이 원시 부족 청년이 옷을 걸치지 않은 채 강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두 여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성과 문명을 접하지 못했던 원시 부족 청년을 통해 순수한 감정의 능동적 역할을 강조한다. 나중에 이 그림에 나오는 생티브에게 사랑을 고백하자, 그녀는 보호자 어른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랭제뉘는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데에 "누구의 동의도 필요 없으며, 자기의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은 굉장히 우스꽝스럽게" 보인다고 한다. 자연적 감정에 충실할 때 진정한 약속과 덕성이 실현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문명의 근간인 이성적 합리성과 각종 제도가 인간과 사회를 왜곡한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