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우리사회는 역사를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이 설친다. 높은 자리를 차지했거나(하고자) 하는 인물과 그들의 추종자들이다. 역사를 우습게 여기면서 내세우기는 '역사의 심판' 운운한다. 역사를 역행하면서 자신들이 저지른 죄상을 역사의 심판에 맡기겠다는 억지다. 역사는 결코 반역사주의자들의 도피처나 쓰레기통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역사처럼 두려운 존재는 다시없다. 평범한 사람들은 죽어서 정파리경에 비치는 소업에 따라 심판을 받으면 되겠지만, 지도자들은 이와 별도로 역사의 심판이 따른다. 이를 위해서는 왕조시대의 사간격인 언론인·검찰·법조인들이 공명정직하게 기록하고 기소하고 심판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이들 기관이 가장 높은 불신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그래서 역사를 우습게 여기는 부류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역사란 무엇인가〉를 쓴 E.H.카는 "역사가 정확을 기한다는 것은 미덕이기 전에 하나의 신성한 의무다"라고 갈파하였다. 역사는 정확한 기술을 통해 심판과 감계(鑑戒)의 역할을 할 때만이 가치가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역사의 심판'에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현대는 인지와 과학문명의 발달로 아주 짧아졌다. '10년 세도'도 옛말이 되었다. 그만큼 역사는 무서운 속도로, 엄격한 심판관으로 우리 곁을 지켜본다. 그런데도 역사를 무시하거나 역행하면서 불법과 불의를 자행하는 지도자·공직자들이 꼬리를 잇는다. 그들에게 역사는 안중에 없고 당대만이 존재한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