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고 싶다. 가능하면 글로 돈도 벌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습작한 지 꽤 오래 되었다. 처음 습작을 시작할 때, 아마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있었던 때(2016년) 정도 됐겠다. 그때만 해도 문학계까지 AI의 영향이 미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잘 쓰기 위해서는 그저 '다독 다작 다상량'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문학이라는 링 위에 올라가기 위해 여러 수업도 들었고, 썼다가 삭제한 글만 해도 수십 편이다. 그렇게 10년이 흘러 나는 아직도 링 위에 올라가지 못했는데, 글쓰기 판에 로봇 선수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럴 수가. 글을 쓸 때 도움 받은 인공지능 내가 쓴 단편 소설의 주인공은 대개 출판사 편집자이거나 교사다. 작가는 소설의 상황을 장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주인공이 내가 경험하지 않은 직업군일 경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2년 전, 소설 합평 수업의 강사님이 자료 수집할 때 AI의 도움을 받아보라고 했다. 내 소설 속 주인공의 직업을 광고대행사 직원으로 바꿔보았다. "광고대행사 신입사원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쓰려고 해. 어떤 업무를 하는지 알려줘." "광고대행사 신입사원이 실수하는 내용을 소설 속에 넣으려고 해. 자연스러운 상황 몇 개만 알려줘." 그즈음엔 어떤 프로그램에서 가수 윤종신이 나와 AI에게 연인과 헤어진 사람의 감정을 알려달라고 물어본 후, 그 내용을 토대로 가사를 쓴 적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나도 습작할 때, 20대 등장인물의 감정묘사가 쉽지 않은 경험이 있어 내친김에 AI에게 물어보았다. "소설을 쓰고 있어. 20대 후반 여자가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운 걸 목격했을 때 감정이 어떨지 알려줘. 겉으로 보이는 신체 변화도 알려주면 묘사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자료 수집과 감정 표현 묘사에 AI의 도움을 받게 되니 쓸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그러나 이게 결과는 아니다, 본론은 조금 이따 말하겠다). 얼마전엔 유튜브에서 본 이낙준 작가(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의 작가)의 세바시 강연, 'AI시대에 창작자가 가져야 할 태도 및 핵심 역량'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 AI는 자료조사나 특정 장면의 묘사, 전문 용어 확인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을 대신해줘서 창작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준다고. 그러면서 이낙준 작가는 기술적으로 '어떻게(How)' 구현할 것인가는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무엇을(What), 왜(Why)' 만들 것인가는 여전히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