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이 하청 ‘실질적 지배 시’ 교섭 경영계 “안전·품질 요구 확대해석” 노동계 “원청 책임 회피 명분 될 것” 구조조정·공장 이전에도 파업 가능 실질·구체적 변동에만 한정했지만 경영권 침해 논란에 불만은 ‘여전’ 복수 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해야 단일화 실패 시 과반인 노조가 대표 노조 측, 어용노조 우대 우려로 반발 2009년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 정리해고 사태가 남긴 건 손해배상 압박과 해고였다. 사측의 150억원대 손배 소송에 이은 법원의 47억원 배상 판결로 노동자들은 가압류와 채무 압박에 시달렸다. 이때 시민 배춘환씨가 “10만명이 4만 7000원씩 내 47억원을 부담하자”며 과거 월급봉투와 색깔이 비슷한 노란봉투에 4만 7000원을 넣어 언론사에 보냈다. 이 성금 모금 운동은 노란봉투기금 캠페인으로 확산됐다. 이후 사측의 과도한 손배 청구를 제한하고, 노동자의 교섭권을 확대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추진됐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노란봉투법이 모든 입법 절차를 마치고 이달 10일 본격 시행된다. 그런데 노동 현장은 법 시행 일주일을 앞두고 여전히 혼란한 상태다. ‘사용자성’과 ‘교섭단위 기준’이 헷갈린다고 아우성이다. 노사관계에 대대적인 지각 변동을 가져올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을 1일 짚어봤다. Q. 노란봉투법은 무엇을 규정하나. A. 크게 3가지다. ‘사용자 정의 확대’, ‘노동쟁의 대상 확대’,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를 규정한다. 간단히 정리하면 하도급(하청) 업체 노동자도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원도급자(원청)와 교섭할 수 있고, 구조조정·정리해고를 당했을 때도 쟁의를 벌일 수 있고, 사측의 불법 행위에 대해 노조가 손해를 끼쳤을 땐 노조가 배상하지 않도록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Q. ‘사용자 정의 확대’ 의미는. A. 사용자가 된다는 건 노동자가 임금협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교섭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근로계약을 맺은 당사자가 사용자였다. 자동차 기업 A사가 B사에 부품 제작을 맡겼을 때 B사 노동자의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맺은 B사였다. 또 B사가 C사에 재하도급을 줬을 때 C사 노동자의 사용자는 C사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B사와 C사 노동자의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A사가 될 수 있다. 단 A사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사용자성이 인정된다. Q. 사용자 정의를 둔 쟁점은. A. ‘실질적·구체적 지배’라는 표현이 추상적이어서 판단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해석지침에서 이를 원도급자가 하도급자의 인력 운용, 근로시간, 작업방식, 노동안전, 임금 등을 결정할 재량을 제한하는 ‘구조적 통제’로 규정했다.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 사측을 배제하고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면 해당 대기업을 사용자로 본다는 의미다. 하지만 노사의 반발은 계속됐다. 노동계는 “법의 확대 취지를 좁히는 해설”이라며 “원도급자의 책임 회피 명분을 준다”고 반발했고, 경영계는 “안전 관리나 품질 요구가 ‘구조적 통제’로 확대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Q. 사용자로 인정되면 노동자 누구나 교섭할 수 있나. A. 교섭은 노동자 개인이 아니라 노조만 할 수 있고, 노조가 2개 이상일 때 교섭 창구는 단일화해야 한다. 무분별한 교섭 요구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고 효율적인 교섭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복수 노조는 2주 안에 대표노조를 정해야 하는데 단일화에 실패하면 인원이 과반인 노조가 대표노조가 된다. 다만 하나의 사업장이어도 근로조건이 완전히 다르면 예외적으로 교섭 단위를 분리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본사·승무원·운송·정비 직원 중심의 일반 노조와 조종사 노조로 교섭단위가 분리됐다. 경영계는 다중 교섭 난립과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한 핵심 장치라며 찬성한다. 노동계는 노조의 교섭권을 제약하고 원도급자의 어용 노조가 우대받을 수 있다며 반대한다. Q.‘노동쟁의 대상 확대’ 쟁점은. A. ‘경영권 침해’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 공장 이전과 같은 경영 활동에 대해서도 파업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다. 이에 노동부는 해석지침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이라는 노동쟁의 기준을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할 때’로 한정했지만 경영계의 불만은 여전하다. 노동계는 “쟁의권의 실질적 보장”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Q. ‘손해배상 청구 제한’ 쟁점은. A. 폭력이 동반된 불법적인 파업이 아닌 정당한 노조 활동에 대해 사측이 손배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또 배상책임 비율을 산정해 책임 감경을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영계는 쟁의가 남용될 수 있고, 불법 파업에 대한 책임이 희석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손배 청구가 제한되는 노조 활동의 범위가 모호하다고 호소한다. 노동계는 쌍용차 사태 재발을 막는 조항이라며 찬성한다. Q. 시행 앞두고 노사정 움직임은. A. 노동계는 ‘교섭 원년’을 선언하는 한편, 특히 교섭 창구 단일화에 대해 “법 취지 훼손·교섭 제약”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6단체는 정부를 상대로 노란봉투법 시행 연기와 완화법 제정을 촉구 중이다. 노동부는 현장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원·하청 상생 교섭 절차 매뉴얼’을 배포하고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는 교섭 창구 단일화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