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태블릿PC로 영화를 봤다. 기대했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얼마 가지 않아 손가락이 근질거렸다. 결국 10초씩 건너뛰기 시작했고, 급기야 재생 속도를 1.5배속으로 올리기도 했다. 영화 한 편을 1시간 만에 ‘해치운’ 뒤에는 왠지 모를 허무함이 밀려왔다. 줄거리 정보는 머릿속에 남았지만, 감동이나 여운은 화면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허공에 흩어져 버린 기분이었다. 영화를 제대로 보려면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 커다란 스크린, 편안한 좌석, 훌륭한 사운드 등 많은 이유가 있지만, 요즘 세태에는 정속(定速) 주행이 강제된다는 점이 크다. 상영관 불이 꺼지고 문이 닫히면 아이러니하게도 해방감을 느낀다. 언제든 멈추거나 건너뛸 수 있다는 ‘조급한 자유’로부터 격리되어 2시간 동안은 선택권 없이 오직 하나의 세계에 머물러야 한다는 사실이 묘하게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영화관의 위기를 논할 때 흔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범람이나 높은 티켓 가격을 먼저 꼽지만, ‘시성비’(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