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니[정경아의 퇴직생활백서]

지난 설 연휴에 친척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1년에 한두 번 보는 사이로 서로의 속사정을 깊이 알지는 못했다. 오가는 몇 마디로 짐작만 할 뿐이었다. 이종사촌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50대 후반인 사촌은 몇 년 전 비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났다.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서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 보였다. 먼저 인사를 건네는 태도에서부터 여유가 묻어났다. 목소리는 차분했고 표정은 부드러웠다.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지켜본 내게는 확연한 차이였다. 무엇이 그를 바꿔 놓았을까. 잠시 마주 앉았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그 출발점은 다름 아닌 일이었다. 사촌은 매주 세 차례 정도 영업 프리랜서로 활동한다고 말했다. 직장 경험을 살려 거래처를 발굴하고 계약을 성사시키는 업무였다. 거절도 많고 직전에 취소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그렇지만 설명하는 내내 목소리에서 힘이 전해졌다. “내가 움직여야 돌아가.” 자신이 책임지는 하루가 있다는 사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