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 봐요 - 박인하 비는 저물어 가는 이곳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로수에 핀 봄꽃들의 하얀 이가 부딪치는 소리도 들리는 저녁 당신을 위해 일부러 찾아든 건 아니지만 아무튼요 당신이 무척 사랑했다던 마을 그린칭에 왔어요 눈에 보이는 건 비의 실루엣들 빗소리만 어둠과 함께 훌쩍여요 들리지 않아서 그 고요한 몸은 얼마나 뜨거웠을까 비는 대지의 음악 밤새 저렇게 스며요 비 내리고 밤 깊은 햇포도주의 마을 낡고 병든 나는 어디서 햇것을 품을 수 있을까요 들어 봐요, 빗소리들 밤새 후두둑 이리로 던지는 봄의 알람 소리들 햇이파리 고개를 쑥쑥 밀어 올리며 어둠을 털어내는 기척들 이 밤의 빗소리들 마르고 갈라진 영혼을 돌보며 촉촉해질까요 가지 끝에 매달린 초록의 음표들 반짝이며 아침이 오면 짐을 꾸려 이곳을 떠나요 불러도 늘 대답 없는 귀가 먼 당신 출처_시집 <내가 버린 애인은 울고 있을까>, 걷는사람, 2024 시인_박인하: 2018년 <서정시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내가 버린 애인은 울고 있을까>가 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