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근무했던 정든 학교를 떠나 새로운 특수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첫 출근 날, 초행길이라 길을 헤매면서도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분주했다. 새 학교의 분위기는 어떨지, 어떤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만나게 될지 여러 상상이 교차했다. 학교에 도착해 관리자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교무실에서 잠시 기다리는 동안, 벽 한쪽에 붙어 있는 학급 현황표가 눈에 들어왔다. 유치원을 비롯해 초·중·고 학급 수와 학생 수가 한눈에 정리돼 있었다. 이전에 근무했던 특수학교는 과밀 상태였다. 이번 학교는 어떨지 궁금한 마음으로 초등학교 1학년 1반, 1학년 2반 순서대로 학급표를 천천히 내려가며 숫자를 짚어 보았다. 대부분의 학급 학생 수는 6명 또는 7명. 역시나 이곳도 과밀이었다. 늘어나는 학생 수, 따라가지 못하는 지원 학급 정원이 6~7명 밖에 안 되는데 왜 과밀이냐고 묻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수교육에서 6~7명은 결코 적은 인원이 아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특수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유치원 4명, 초·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이다. 이 기준을 초과해 운영되는 학급은 현장에서 통상 '과밀학급'으로 불린다. 그 이유는 특수교육이 개별화 교육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특수교육은 각 학생의 장애 특성과 교육적 요구를 고려해 개별화된 교육 목표 및 지도 내용을 수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특수학급에서는 하나의 수업을 진행하더라도 학생마다 적용되는 교육 목표가 다르다. 같은 국어 수업 시간에도 어떤 학생은 한글을 익히고, 어떤 학생은 의사소통 방법을 배우며, 또 다른 학생은 신변 자립 기술을 연습한다. 즉, 특수학급에서는 학생 수만큼 서로 다른 교육 목표와 내용이 존재하는 셈이다. 법정 정원이 6명으로 설정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수교사가 한 명 한 명의 개별화교육계획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각 학생의 필요를 감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모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특수학교는 이미 과밀 상태에 놓여 있다. 이번에 발령받은 학교를 비롯해 지금까지 근무했던 특수학교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지역의 특수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남 김해의 유일한 특수학교인 김해은혜학교 역시 과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2019년 240여 명이던 학생 수가 6년만에 360여 명으로 급증했지만, 교실 증축과 인력 확충이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는 널빤지로 공간을 분리해 사용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