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64괘의 한 줄을 쓰고, 나를 살펴보라"

필사(筆寫). 문학작품이나 경전 등을 베껴 쓰는 일을 뜻한다. 필사는 글쓰기의 기본을 다지는 좋은 방법이다. 눈으로만 글을 읽는 것과 손으로 종이에 글자를 눌러 써가면서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새김의 깊이'가 다르다. 필사를 할 때는 미각을 제외한 오감(五感)이 작동한다. 그만큼 감각이 깨어난다는 것이다. 소설가 조정래는 자녀들에게 <태백산맥> 전권을 필사하도록 했고, 그 필사본이 태백산맥문학관에 본인의 친필 원고와 함께 전시돼 있다. 오래 전 인터뷰 때 조정래 선생이 "내 작품들의 사후 인세를 받으려면 최소한 아버지가 쓴 작품을 베껴 쓰는 일은 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내가 농반진반 물었다. "아들과 며느리 중에 누가 먼저 필사를 끝마쳤냐"고. 곧장 답변이 돌아왔다. "며느리". 시인 윤동주는 백석의 시집을 필사했고, 소설가 신경숙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필사하면서 자신의 문체를 만들었다고 한다. 소설가 장강명은 "언어의 섬세함을 더 키우고 싶어 지금까지 필사를 한다"고 하고, <미생>의 작가 윤태호는 만화의 스토리텔링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모래시계> 시나리오 등을 필사했다. <필사의 기초> 저자인 조경국은 "필사의 매력 중 첫 번째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필사는 속도를 늦추고, 문장을 몸 안으로 들이는 방식"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