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8일은 1908년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여성들에게도 생존권과 존엄할 권리를 달라며 투쟁한 날로부터 118년째 되는 해다. 전 세계 여성계는 1908년으로부터 3년 뒤인 1911년부터 여성의 발전을 저해하는 여러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세계 여성의 날을 제정하고, 성평등을 위한 공동 행동에 나서고 있다. '생존권'과 '존엄할 권리'는 2026년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의 여성들에게도 여전히 절실한 과제다. 디지털 성폭력, 데이트 폭력, 취업 시장에서의 불평등, 사회적 편견. 열거하기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생존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존엄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그리고 이 '투쟁'의 한가운데는 여성을 향한 다층적인 폭력이 있다. 그러나 국가가 여성폭력을 대하는 방식은 다른 폭력을 다루는 방식과 비교할 때 석연치 않은 데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청와대 영빈관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의 본령이 '국민의 권리 구제'와 '인권 보호'에 있다고 말했다. 개혁의 지향점이 단순한 권한 조정을 넘어, 국가 권력이 시민의 권리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인가에 놓여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그러나 기존 법질서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 권리가 무엇인지 차분히 점검하는 성찰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제도 개편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무엇을 고칠 것인가"라는 조직 공학적 과제를 넘어, 이 글에서 우리 형사사법 체계가 보호하지 못한 권리의 공백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특히 국가 최고 법 집행기관인 검찰의 개혁이 형사사법이 작동하는 기준 자체를 되묻는 작업이라면, 그 근간이 되는 형법 역시 예외일 수 없다. 형법은 수많은 죄와 형을 규정하고 있지만, 사적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반복적·구조적 폭력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형법 일반 규정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노출해 왔다. 이에 대응해 수많은 특례법과 특별 대책이 덧붙여졌으나, 이는 현실의 복잡성을 반영하려는 시도였던 동시에 형법이 견지해야 할 '보호 법익'의 일관성을 저해하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젠더폭력' 대응의 걸림돌이 된 현행 법체계 어떤 규정은 시대적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반면, 다른 규정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방치된다. 이러한 이중적인 상황은 형법이 권리 보호의 기준으로 일관되게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게 한다. 이러한 모순은 사안별 대응이 누적되며 파편화된 모습을 띠게 된 젠더기반 폭력 분야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젠더기반 폭력은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성별에 따른 권력관계나 친밀한 관계를 매개로 발생하며 반복·지속되는 특성을 갖는다. 그럼에도 우리 법체계는 형법상 폭행·상해·강간 등의 구성요건과 맞닿아 있는 폭력들을 하나의 구조적 문제로 통합 관리하기보다 발생 장소와 관계에 따라 법률을 분절적으로 규정해 왔다. 이로 인해 폭력의 가해자 처벌에 관련해서만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병존하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률로는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별도로 존재한다. 이처럼 국가 기능이 처벌과 지원으로 분기되고 사안마다 개별 특례법이 양산되면서, 폭력에 대한 국가의 개입 기준은 점차 복잡한 미로처럼 변모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