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타임 직장인이자 스쿠버다이빙 강사이기도 하고 산호탐사대원, 폐어구 탐사대원으로 바닷속을 누비고 다니는 청년 여성이 있다. 여러 정체성으로 활기 가득한 청년 박지정(아래 지정)님을 따스한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2월 말, 서귀포의 카페이자 서점 <사이서가>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태어난 지정은 일 년 정도 외할머니 손에서 자라다 부모님이 계신 일본으로 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살았다. 여행 관련 일을 하시는 부모님이 일본에서 자리 잡고 계셨고 덕분에 지정은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모두 일본 오사카에서 보냈다. 지금도 일본어에 능숙하지만 오사카 사투리도 기가 막히게 잘한다. 어릴 때 놀던 기억은 부모님, 동생과 함께 피크닉을 자주 갔고 피크닉 가서는 주로 배드민턴을 치고 놀았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농구부에 들어가 농구를 열심히 했고 친구들과 피구도 곧잘 했다. 고등학교 때는 춤 추고 등산하는 동아리 '원더 포겔'에 들어가 산도 오르고 춤도 추었다. 동네 친구들과 노래방도 가고 벚꽃도 보러 다니고 신사이바시 거리에 가서 다 같이 스티커 사진도 찍으며 놀았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공원에 자주 갔는데 공원 한쪽의 냇가에서 가재를 잡았다. 작은 낚싯대에 소시지 모양의 찌를 꽂아 줄을 내리면 가재들이 덥석 물어 잡아 올리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가재가 너무 불쌍한데 그 당시엔 그런 생각은 못하고 그저 재밌기만 했다. 한국에는 2011년, 대학에 입학하면서 들어왔고 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일본어 통역을 하는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필리핀 팔라우로 가서 트레킹과 스노클링 가이드 일을 했다. 지금은 대형 인터넷 쇼핑몰에서 일한다. 6년 차이고 판매자 상담 관리와 지원이 주 업무다. 일반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그의 스쿠버다이빙의 시작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바다에 대한 어릴 때의 기억은 안 좋아요. 초등학교 때 가족들과 제주도에 놀러 왔는데 엄청 더운 여름이었고 버스에서 멀미를 심하게 했어요. 어느 해변에 내렸는데 햇빛이 너무 뜨거웠고 저는 열사병에 걸렸어요. 바다에 대한 첫 기억이 안 좋았죠. 대학에 입학하고 생활체육 과목을 선택하는데 여러 과목 중 수영은 할 줄 아니까 스쿠버다이빙에 눈이 가더라고요. 원래는 천체물리학 동아리에 가고 싶었는데 어쩌다 만난 스쿠버다이버 선배의 강권에 못 이겨 놀러 갔는데, 동아리 사람들이 "신입회원님, 환영합니다. " 그러는 거예요. 그만 거절을 못하고 시작하게 된 거죠." 어쩌다 들게 된 스쿠버다이빙 동아리 통해서 처음 들어간 바다는 동해 바다였다. 4월쯤이었는데 바다는 엄청 차가웠다.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추웠지만 커다란 바위들이 보이고 바위틈으로 물고기(지금은 물살이로 부른다)들이 이리저리 보였다. 너무도 신기해서 추운 것도 잊어버렸다. 버디인 선배가 추워서 덜덜 떨고 있기에 손을 꼭 잡아드렸다. 처음 들어가 본 바다는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였다. 바닷속 자연에 있다는 느낌은 추위가 잊힐 정도로 아늑했고 내 몸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무언가가 느껴지면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제주 산호학교에 참여하다 제주도로 이주한 지는 5년이 다 되어 간다. 제주에 사니 친구들이 자주 왔고 다이빙하는 친구들과 함께 제주 바다에 들어갔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때, 다른 팀의 다이버들과 함께 타게 된다. 하루는 어떤 다이버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 사람은 그냥 놀이로 하는 다이빙이 아니라 바닷속 생물을 조사하는 연구 목적으로 다이빙을 한다는 거다. 그런 사람은 처음 만나는 거라 놀라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H-다이브'의 박승환 님이었다. 그리고 연결된 인스타그램을 통해 2023년 산호학교를 알게 되었다. 그 해에는 너무 바빠 참여를 못했고 이듬해인 2024년 산호학교에 참여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산호학교는 너무 좋았다. 그동안 다이빙을 하면서 바다생물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다이빙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전에 바닷속의 예쁜 산호는 그저 하나의 배경에 불과했는데 산호의 이름 하나하나를 알게 되니 그 많은 산호가 새롭게 보였다. 알면 알수록 더 아름다웠다. 왜 산호를 지켜야 하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무생물로 존재하던 산호가 이제 반짝반짝거리는 존재가 되었고 내 옆에서 나랑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느껴졌다. 산호의 말을 알아듣는다면 산호가 '어, 왔어?' 그럴 것 같았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도 몹시 신기하고 반가웠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