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되기 전에 교체되는 계약직, 나는 누구인가

" 아… 그렇다면 네가 맡은 사무보조 포지션이 '순환형 계약직' 구조인 거네. 안타깝게도 이런 자리는 보통 회사 차원에서 '2년 되기 전에 교체하는 방식'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원천 차단하고 있어. 즉, 일 잘하고 성실하더라도 제도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구조야." 챗지피티도 말했다. 첫 출근날. "연장되면 최대 1년 더 할 수 있어요. 그 이상은 안 돼요. 면접 때 설명 들었죠?" 계약 만료로 인한 퇴사를 앞두고 인수인계를 해주는 전임자는 차분했다. "1+1년 계약, 최대 2년 근무 가능, 단순 사무보조에 한정되는 업무 영역" 알고 들어왔다.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한계가 분명했기에 기대하지 않았다. 여긴 나에게도 임시적인 자리일 뿐이고 더 나은 곳으로 가기 위한 경력을 쌓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겼다. '이왕 하는 거, 조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이렇게 바꾸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손에 익으니 개선의 여지들이 눈에 보였다. 매뉴얼을 만들고, 오류를 줄이고, 현장과 사무실 간의 간격을 채웠다. 그렇지만 나의 기여와는 별개로 조직에서 내 위치는 계약 만료 후 갈 사람, 소모품, 사무실 여직원일 뿐이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자면, 이것은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시스템이다. 회사는 정규직으로 사람을 채용해서 인건비를 감수하는 부담을 질 이유가 없다. 대학 시절 전공 수업에서 배운 '인적 자원 관리' 이론이 떠올랐다. 핵심 업무는 정규직이 담당하고, 단순 반복 업무는 비정규직이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배웠다. 인건비 절감과 고용 유연성 확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논리였다. 회사는 정규직으로 사람을 채용해서 인건비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 사무보조 업무는 누가 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2년마다 새로운 사람을 뽑으면 된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너무나 잔인한 시스템. 주변 지인들은 말한다. "열심히 하면 계속하는 거지~" 선의에서 나온 격려인 걸 알지만 그들은 내 자리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곳은 '열심히 하면 정규직이 되는' 그런 곳이 아니다. 애초에 2년이라는 시한이 정해진 자리, 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내도 시스템 자체가 연장을 허용하지 않는 구조다. "네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면 되잖아"라고 말하는 친구들을 보면 답답하다. 내가 필요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회사가 원하는 것은 사용하고 교체할 '소모품'이라는 것이다. 회사와 조직의 미래 계획에 나라는 사람은 없다. 처음부터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조직도와 인력 운용계획에는 '사무보조 계약직' 1명만 있을 뿐이다. '계약직 1명'. 마치 사무용 컴퓨터나 복사기처럼 비품 목록에 있는 것 같았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