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스 대신 ‘살충제 음료’ 건넨 호주 식당…“4100만원 벌금 내라” 판결

호주의 한 레스토랑이 어린이 손님에게 크랜베리 주스 대신 살충제 성분이 든 오일을 제공했다가 4000만원대 벌금을 물게 됐다. 아이들은 음료를 마신 뒤 병원 치료를 받았고, 이 식당 전 대표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3일(현지시간) 현지 공영 ABC방송에 따르면, 2024년 6월 호주 퍼스 크롤리 지역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부모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던 자매 해나 레민(12)과 올리비아 레민(11)이 크랜베리 주스를 주문했다가 바텐더가 실수로 내온 분홍빛 시트로넬라 오일 용액을 마시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트로넬라는 모기 등 해충을 쫓는 방충 성분으로, 야외용 램프나 횃불 등에 쓰이는 물질이다. 두 자매는 음료를 한 모금 머금자마자 “독 맛이 난다”고 말했다. 어머니 미셸 레민은 “딸들이 크랜베리 주스를 꿀꺽 삼키려다 뱉으면서 ‘독이 든 것 같아’라고 했다”며 “설마 하고 내가 직접 마셔봤다가 나도 뱉어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버지 마커스 레민은 이상한 냄새를 맡고 카운터로 달려가 음료 병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직원은 처음에 “오래된 크랜베리 주스일 뿐”이라며 버텼고, 병을 카운터 아래에 숨기기까지 했다. 마커스가 강하게 항의하고 나서야 병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족은 즉시 독극물 정보센터에 연락해 조언을 구한 뒤 퍼스 아동병원과 찰스 가드너 병원으로 아이들을 데려갔다. 미셸은 “딸들은 배가 타들어가는 듯 통증을 호소했고 손가락과 손에 저림 증상이 왔다. 두통도 심했다”고 밝혔다. 두 자매와 어머니는 수 시간 동안 병원에서 관찰을 받은 뒤 퇴원했다. 미셸은 “아이들이 더 어렸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보건부 조사로 이어졌고, 퍼스 치안판사 법원은 이날 식당 전 대표 미켈레 안줄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안전하지 않은 식품을 제공하고 관리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는 등 총 4가지 혐의가 인정돼 4만 호주달러(약 41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됐다. 판결 후 마커스는 “이번 판결이 요식업계 전반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사업주들이 자신이 짊어진 책임의 무게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