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를 쫓지 않는 신박한 장치

봄이면 처마 밑으로 돌아오는 제비는 오랫동안 길조로 여겨져 온 대표적인 여름철새다. 그러나 도시 생활 환경이 바뀌면서 둥지 아래 떨어지는 배설물은 민원의 원인이 되곤 한다. 반복되는 불편 속에서 둥지가 철거되고 번식이 방해받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한때 흔했던 제비는 이제 관심이 필요한 종으로까지 언급되는 상황에 놓였다. 사람과 가까이 살아온 야생동물이 오히려 사람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갈등을 완화하고 공존을 위해 대전환경운동연합은 다른 해법을 선택해 왔다. 2020년부터 매년 '제비 배설물 받침대'를 제작해 전국에 배포하며, 제비와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현장에서 축적해 왔다. 둥지를 없애는 대신 불편을 줄이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자는 취지다. 단순한 장치 하나지만, 생명을 쫓아내지 않는 선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받침대는 둥지 아래에 간편하게 설치해 배설물이 바닥으로 직접 떨어지는 것을 막는 구조다. 생활 불편은 줄이고 둥지는 그대로 보전할 수 있어 시민들의 호응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약 2000개의 받침대가 배포됐고, 시민들이 보내온 설치 사진과 현장 사례는 지역사회에서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2025년에도 1000개를 추가 제작해 배포를 마쳤으며, 준비된 물량은 빠르게 소진될 만큼 수요가 확인됐다. 제비가 단지 불편만 주는 새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난대산림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어미 제비 한 마리는 하루 평균 14시간 동안 약 350차례 먹이를 새끼에게 준다. 이를 번식기 약 5개월로 환산하면 한 마리가 약 5만 2500마리의 곤충을 포획하는 셈이다. 먹이 중 해충 비율을 15%로 가정할 경우, 새끼 한 마리 기준 연간 약 7875마리의 해충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제비가 농경지와 도심 생태계에서 자연 방제자로 기능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