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을 포함한 10개 군 지역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2월 26일 시작됐다. 시범사업 기간인 2027년까지 10개 군 주민은 매달 15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는다. 제도적 실험은 언제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기 마련이다. 사회적 실험을 먼저 실시한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2022년부터 약 3800여명에 지급)의 기록은 시범사업을 앞둔 지역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기본소득은 단순히 지갑을 채워주는 것을 넘어, 주민들이 병원 방문을 가능하게 만들고, 이웃과 식사를 나누며 잊고 지냈던 '삶의 활력'을 되찾게 하는 마중물이 됐다. 그러나 동시에, 지역 내 자금 선순환의 한계와 공동체 조직화의 부재 등 극복해야 할 과제 또한 선명하게 남겼다. 이에 청산면 시범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이번 사업이 맞이할 변화와 준비해야 할 대안을 정리했다. 현금 지원이 일회성 복지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드는 데 주목해야 지점이 무엇인지, 청산면 시행착오를 이정표 삼아 그 해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정책효과분석'(2025) 자료를 참고했다. 소비의 양적 확대... 매출 오른 사업체의 관내 재지출 구조 만들기는 과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남긴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뚜렷했다. 관계자 면담 조사 결과 외식·카페·소매업을 중심으로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으며, 상인회에서는 대체로 5~15%가량 매출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문을 닫았던 식당이 다시 영업을 시작하고 옷 가게, 정육점, 미용실, 약국, 편의점 등 그간 청산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업종들이 새롭게 들어섰다. 슈퍼나 편의점은 기존에 취급하지 않던 두부나 생활용품 등으로 품목을 다양화하며 주민들의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면내 소비 위축으로 폐업까지 고민하던 상인들에게 농어촌 기본소득은 삶의 터전을 지켜준 반전의 계기가 된 셈이다.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주민들 또한 관외로 나가 장을 보던 수고를 덜고, 지역 안에서 폭넓은 선택권을 누리는 등 정주 여건이 한층 개선되는 긍정적인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소비의 양적 확대가 지역 경제 전체의 활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지역 내 자금의 회전율을 보여주는 LM3(지역 승수 효과) 분석 결과를 보면, 정작 수익을 얻은 '사업체의 관내 재지출액'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인은 명확하다. 농어촌 기본소득의 주요 사용처인 주유소와 편의점은 대부분의 물품을 외부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벌어들인 돈이 다시 지역으로 흘러 들어가는 재투자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결국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역 경제에 깊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돈이 들어오는 통로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그 돈이 지역 안에서 몇 번이고 다시 회전할 수 있는 선순환의 그릇을 단단히 빚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민 수요가 높고 지역 내 재지출 성향이 강한 '로컬푸드 직매장'은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연천군 청산면은 로컬푸드 판매처가 부재했던 탓에 소매점의 관내 재지출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일부 소매점이 지역 농가와의 직거래를 시도했으나, 카드 결제기 미보유나 세금계산서 발행 불가 등 행정적 걸림돌에 가로막혀 포기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청산면이 겪은 이 시행착오들은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을 목전에 둔 옥천군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분명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