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정치 기본권, 집단의 서사가 법을 바꾼다

나는 퇴직 후에야 처음으로 정당원이 되었다. 38년 교단에 서는 동안 단 한 번도 정당 가입 신청서에 서명할 수 없었다. 법이 막고 있었으니까. 교단을 떠나고셔야 나는 비로소 '정치천민'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안다. 현직 교사들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조용히 이 차별을 견뎌왔는지를. 그리고 그 침묵이 얼마나 많은 것을 잃게 했는지를. 2025년 3월 4일 오전, 교사노동조합연맹 송수연 신임 위원장과 임원 4명이 여의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사를 차례로 방문했다(관련 기사 : 교사노조연맹 송수연 위원장 등 5명, 민주당·국힘에 당원 가입한 까닭 ). 그들이 내민 것은 손으로 직접 쓴 정당가입신청서였다. 현행법상 명백히 불법인 행위였다. 그들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카메라 앞에 섰다. 그리고 선언했다. "권리는 허락받는 것이 아니라 되찾아야 하는 것." 짧지만 묵직한 이 한 문장이 교사들이 오랫동안 걸어온 '청원의 정치학'과 결별을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OECD 38개국 중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초·중등 현직 교사가 정당에 가입하는 것은 불법이다. '국가공무원법'과 '정당법'이 그 벽을 쌓고 있다. 대학 교수는 된다. 어린이집 교사도 된다. 방과후 강사도 된다. 오직 초·중등 교사에게만,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기본권이 봉쇄되어 있다. OECD 국가 중 교사의 정당 가입을 전면 금지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현행 제도가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드러난다. 교육과정, 대입제도, 교육 예산—이 모든 것이 정치의 영역에서 결정된다. 그런데 정작 교육 현장의 전문가인 교사는 그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교사는 정책의 수동적 집행자로만 존재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직접 약속한 사안이다. 그러나 집권 후 돌아온 답은 "여론조사를 해 보면 (정치 기본권에 대한) 찬성이 높지 않다"는 말이었다. "저는 동의하는데, 어쨌든 국민들께서 최대한 납득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는 얘기였다(2025년 12월 12일 교육부 업무보고). 여론이 성숙하길 기다리는 동안 50만 교사는 또다시 선거철마다 정치의 들러리로 소비된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