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극우 세력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다문화주의와 중도적 정치 환경을 기반으로, 비교적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사회 체계를 갖췄다는 캐나다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극우의 정체성과 성향은 각각의 국가별 현안과 역사성, 국민 정서에 기인하기에 하나의 잣대로 일반화하여 정의할 수는 없다. 다만 크게 혐오와 폭력 중심의 '극단주의적 성향'과 민족주의적 반이민 중심의 '포퓰리즘 성향'으로 구분한다면 캐나다의 극우는 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캐나다의 극우는 기본적으로 백인우월주의, 반이민주의, 반인종주의. 반이슬람 혹은 반유대주의, 반LGBTQ(성소수자) 등과 같이 미국의 전통적인 극우와 궤를 같이 하는 측면이 있다. 예컨대 2017년 반이슬람 퀘벡 모스크 테러, 2018년 토론토 한인 타운에서 발생했던 차량 돌진, 2022년 반 백신 트럭 시위 등 혐오와 폭력에 기반한 사건·사고가 종종 발생하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캐나다에서 극우는 제도권 내의 정당을 통해 존재를 증명하지 못할뿐더러, 사회적으로도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주류화'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왜 캐나다의 극우는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을까? 캐나다에는 소수의 극단 세력이 정치세력화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그 배경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서도 참고할 만한 몇 가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선거제도에 따른 정치적 진입 장벽 첫 번째로 소수의 극단적 세력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도록 제어하는 제도적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캐나다에서는 유럽처럼 극우 정당이 제도권 정치에 진출하거나, 미국이나 한국처럼 거대 정당이 극우화하는 폐단이 발생할 여지가 현저히 떨어진다. 대통령제인 미국과는 달리 캐나다는 의원내각제를 두고 있지만, 반면에 미국과 같이 소선거구 단순다수제(First Past the Post)의 선거제도이기 때문이다. 비례대표가 없는 선거제도의 특성상 소수의 지지를 받는 극우 정당이 제도권으로 진입할 여지가 어느 정도는 봉쇄되어 있다. 쉽게 말해 유럽과 같이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을 골고루 나눠주는 형태가 아니라, 승자독식의 체계다. 특정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한 정당보다 낮은 지지율의 정당은 의회 진출이 불가능한 구조다. 물론 이러한 정치적 장벽은 캐나다 사회가 다문화를 존중하고 사회적 소수에 대해 관대하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아이러니' 하며,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다만 캐나다만의 특이한 정치적 지형이 이 불편함을 상쇄한다. 캐나다에는 여러 정당이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유당(Liberal)과 보수당(Conservative)이라는 두 개의 거대 전국 정당이 정국을 주도한다. 하지만 이 거대한 두 개의 전국 정당과 함께 NDP(신민주당, New Democratic Party)라는 제3지대가 존재한다. NDP는 민주당보다 왼쪽에 위치하는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진보정당이다. 연방정부의 집권 정당이 된 적은 없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여러 주정부에서 집권을 했고, 자유당과의 연정을 통해 캐나다가 세계적인 선진 복지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그리고 그 대칭점에 2018년 보수당으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당명이 한국의 '국민의힘'을 연상시키는 인민당(People's Party of Canada)이 있다. 보수당 보다 더 우측에 있다고 평가되는 정당인데, 창당 이후 의회 진출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인민당의 지지율을 대략 3~5% 정도로 보는데, 앞서 언급한 선거제도 때문에 유럽이었으면 의석을 차지할 수도 있었겠지만, 캐나다에선 불가능하다. 또한 독자적인 정치 세력화에도 한계가 있다. NDP의 경우 전국적인 노동조합이나 공공기관 공무원 등의 조직적 기반이 있고, 온타리오 주와 중서부 지역 등에 지지 기반을 갖추고 있다. 반면 인민당은 현재로서는 조직 및 지역 지지 기반이 없다. 이들의 주장이 확산되지 못하고 일회성에 그치는 까닭이다. 그렇기 때문에 캐나다와 미국의 극우 세력은 보수당 혹은 공화당이라는 거대 정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에 편입되어 영향력을 확대하거나 혹은 기생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공화당이 보수적 주도권을 트럼프를 위시한 극우 성향의 세력에게 찬탈 당한 경우에 해당한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