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미국 역사에서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글 한 줄로 미국의 주요 AI 기업이 모든 연방기관에서 퇴출 명령을 받은 것이다. 국방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해당 기업을 "국가안보에 대한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했다. 미 국내기업이 지정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 그 최초의 사례가 된 기업은 앤트로픽(Anthropic), 미국의 AI 스타트업이다. 앤트로픽은 무엇을 잘못했을까? 잘못한 것이 있다면 이 한 가지였다. "우리 AI를 완전 자율 무기와 시민 대상 대규모 감시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계약 조건을 끝내 철회하지 않았다는 것. 4일간의 대치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앤트로픽은 2025년 7월, 미국 국방부와 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AI 모델 클로드(Claude)를 국방 목적에 활용하되, 두 가지는 조건을 달았다. 첫째, 클로드 AI를 미국 시민에 대한 대규모 감시에 사용하지 않을 것과 AI가 스스로 표적을 선정하고 공격을 결정하는 완전 자율 무기 시스템(Lethal Autonomous Weapon System, LAWS)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올해 1월, 헤그세스 장관은 국방부의 모든 AI 계약에 "모든 합법적 목적(any lawful use)"이라는 표준 문구를 넣도록 지시했다. 이 문구가 들어가는 순간, 앤트로픽이 설정한 안전장치는 사실상 무력화된다. 국방부가 합법이라고 판단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AI 사용에 대한 계엄령과 다름없다. 2월 24일, 헤그세스는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를 불러 최후통첩을 내렸다. "금요일 오후 5시까지 동의하지 않으면 국방생산법을 발동해 강제로 따르게 하겠다.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도 지정하겠다." 하지만 아모데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2월 26일 그는 공개 성명을 냈다. "우리는 좋은 양심으로 이 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 데드라인 당일인 27일, 트럼프는 앤트로픽을 "재앙적 실수를 저지른 좌파 반미 집단"이라 몰아붙이며 연방 전 기관의 사용 즉시 중단을 명령했다. 같은 날 저녁, OpenAI는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가장 아이러니한 장면 OpenAI가 체결한 계약에는 앤트로픽이 지키려던 두 원칙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자율 무기 금지, 대규모 시민 감시 금지. 오히려 "고위험 자동 의사결정 금지"라는 조건 하나가 더 추가된 채로. 앤트로픽이 지키려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내용보다 더 많은 조건을 달고도 OpenAI는 계약에 성공했다. 차이가 무엇이었냐고? OpenAI는 이 원칙들을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쓰지 않았다. 대신 "기술적 배포 방식"과 "클라우드 전용 운영"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호하는 방식을 택했다. 표현의 양보, 구조적 통제권 유지. 국방부가 진짜 원한 것은 안전장치의 폐기가 아니라, 기업이 우회적으로 표현하더라도 국가권력에 '예스'라는 응답을 하는 것이었다. 아모데이는 이를 정확하게 짚었다. "국방부는 우리 AI가 국가안보에 필수적이라고 하면서 동시에 안보 위협이라고 한다. 이 두 주장은 본질적으로 모순이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