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글이 술술 써지고 있었다. 초집중상태였다. 고속도로를 달리듯 문장들이 쭉쭉 이어졌고 감정선이 가지를 뻗으며 얽혀 들어갔다. 타이핑 속도가 점점 올라갔다. 그 때였다. "엄마!" '끼익-' 브레이크를 밟았다. 근데 아차, 한 박자 밀렸다. 계기판에 ABS경고등이 켜진 느낌이었다. 문장들이 공중에서 흩어졌다. "...응?" 대답은 했는데 딸이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났다. 아니, 기억은 나는데 아직 뇌가 로딩중이었다. 그걸 귀신같이 눈치 챈 딸이 내 무릎에 엎드려 오열하는 척을 한다. 왜 이제 멀티태스킹이 안 되냐며, 한쪽 발로 동생 요람을 흔들면서 동시에 떡볶이도 만들어주던 엄마는 어디로 간 거냐며, 22살이나 된 다 큰딸이 투정을 부렸다. "엄마, 늙지 마! 나랑 오래오래 살아. 엄마 동결건조 시키고 싶어!" 동결건조라니. 며칠 사이 두 번째다. 딸로부터 동결건조 시켜버리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들었다. '동결'은 그렇다 치자. 나이 드니 피부가 건조해져 콜라겐 팩 얹어놓고 빨래 개는 사람한테 '건조'를 시키다니! 이게 무슨 유수분 밸런스 깨지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알고 보니 요즘 유행하는 밈이란다. 예전 같지 않은 엄마가 속상해서 더 이상 늙지 말고 그대로 있어달라는 뜻이라고 한다. 요즘은 애정 표현도 SNS를 통해 배운다. 댓글창엔 '수분 있는 엄마로 살고 싶다', 혹은 '아빠와 함께 동결건조는 안 된다' 등 유머가 가득 찼다. 그땐 피식 웃고 넘겼다. 캐리어에 반찬 가득 싣고 온 엄마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