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은 말이 없으되 정은 품고 있어,추위가 다할 때면 으레 봄기운이 움튼다네.울긋불긋 온갖 꽃을 이미 다 마련해 두고,그저 새봄의 첫 우렛소리만 기다리고 있구나.(造物無言却有情, 每於寒盡覺春生. 千紅萬紫安排着, 只待新雷第一聲.)―‘새봄의 첫 우레(신뢰·新雷)’ 장유병(張維屏·1780∼1859)봄은 꽃보다 먼저 기척으로 온다. 들판은 아직 비어 있고 바람 끝도 차가운데, 계절은 어느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직은 겨울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안쪽에서는 이미 봄이 조용히 몸을 풀고 있는 때다. 시는 봄의 절정을 서둘러 과장하지 않는다. 꽃이 한창 피어난 뒤의 화사한 풍경보다 모든 것이 준비를 끝내고 마지막 신호만 기다리는 찰나에 시선을 둔다. 자연은 아무 말이 없지만 그 침묵은 결코 비어 있지 않다. 추위가 물러갈 무렵이면 어김없이 봄기운을 밀어 올리고, 꽃들은 저마다 피어날 차례를 기다리며 숨을 고른다. 무대 뒤 배우들이 분장을 마치고 막이 오르기만 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