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0주년 여행 중 만난 고대 문명의 후손들

지난 3월 1일은 결혼 40주년이었다. 만난 지 46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또한 순례자로 산 지 4년째 되는 해이다. 이 특별한 날에 멕시코 오악사카의 자포텍(Zapotec) 문명의 고고학적 유적지, 아트좀파(Atzompa)를 방문하기로 했다. 한 문명의 흥망성쇠를 통해 시간의 숭엄함을 사색 하기에 좋을 곳으로 여겨졌다. 먼저 방문한 몬테 알반(Monte Alban)이 산 정상을 평탄화하고 정연하게 건설된 웅대한 유적인 반면, 자연 지형을 살린 채 위성 도시로 만들어진 아트좀파는 어떻게 건설되고 어떻게 버려졌는지, 여전히 발굴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에서 바람의 소리를 들어보고 싶었다. 특별한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유적으로 오르는 마을, 버스를 타고 가다 산타 마리아 아트좀파(Santa María Atzompa)에서 내렸다. 유적지까지는 3km가 넘는 언덕길이라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첫 번째 차가 기꺼이 서주었다. 우리를 태워준 이는 자포텍 부족민인 엘레오씨와 발렌틴씨였다. 엘레오씨는 40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 정착한 뒤 사촌 형인 발렌틴씨를 비롯해 차례로 형제와 친지들을 불러들여 미국 시민권자가 된 뒤 그곳에서 경제 활동을 한 돈을 고향 산 후안 테이티팍으로 보내 집안을 부흥 하게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뿌리에 관심이 많아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조상의 유적을 찾는다고 한다. 증기 목욕 시설까지 갖췄던 '동쪽의 집'과 정교한 건축 기술과 장식을 보여주는 '제단의 집'로 알려진 두 귀족 거주지 폐허에서 맞은편 산정에 있는 몬테 알반을 조망했다. 기원전 500년경 자포텍족에 의해 건설된 몬테 알반. 기원후 300년경 인구 4만여 명의 전성기를 지나 700년 경에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800년경 버려졌다. 최근 고고학적 연구 결과는 내부의 갈등, 외부의 침략, 자원 부족 등을 쇠락의 복합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아트좀파는 서기 650년경 건설되었지만 몬테 알반과 운명을 같이했다. 후에 이 두 유적은 믹스텍족에 의해 매장지로 재사용되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우리의 조상들이 이 유적을 버렸을 때와 같은 처지를 살고 있습니다. 믹스텍족과 때로는 화친하고 때로는 전쟁하면서 이곳을 떠나 분산되었지만, 자포텍족도 믹스텍족도 함께 아즈텍 제국에 점령되어 조공을 바치는 삶을 살았고 아즈텍 제국의 테노치티틀란이 스페인의 침입자에 의해 1521년에 멸망하자 우리는 함께 그들의 착취에 편입되었습니다. 1821년에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했지만 우리의 영토는 1846년부터 1848년까지 발생한 '멕시코-미국 전쟁'으로 텍사스는 미국에 합병되면서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애리조나 등 멕시코 국토의 절반을 잃었습니다. 여전히 강대국 미국 아래에서 정치적, 경제적 긴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지금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탐욕 속에서 식민지 상태를 경험하고 있는 셈입니다." 엘리오씨가 침묵을 깨고 역사를 반추하며 자포텍의 정체성이 소멸되어가는 모습을 안타까워했다. 앞장서 걷던 엘레오씨가 길 양옆으로 가득한 구아헤 나무(Guaje)의 꼬투리를 따 열어 보이면서 말했다. "오악사카의 이름은 이 나무의 이름에서 비롯되었어요. '구아헤(Guaje)'는 'Huaxyacac'의 스페인어 변형인데, 나우아틀어이죠. 나우아틀어는 아즈텍 제국의 언어에요. 그들의 군대가 이곳에 왔을 때 산의 곳곳에 이 나무가 있는 것을 보고 이 지역을 '구아헤 나무가 있는 언덕 끝'이라는 나우아틀어로 명명한 것입니다. 실제 자포텍어 이름은 베에나아(Be'ena'a)로, '구름에서 내려온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우리의 이름은 아즈텍 제국에 의해 뺏겼고 아즈텍 제국에서의 이름은 다시 스페인 제국에 의해 다시 그들의 음운 편의에 맞추어서 변형되었습니다. 우리 것은 이렇게 모두 사라졌습니다." 현재 자포텍어로 베에나아라고 하는 토착 후손들 40만 명 정도가 그들의 고유한 문명의 발상지인 몬테 알반의 고대 도시를 중심으로 한 오악사카 밸리 일대에서 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며 살고 있다. 고대 자포텍족의 지배층은 자신들이 구름 속에 사는 초자연적인 존재의 후손이며, 죽으면 다시 구름으로 돌아갈 것을 믿는다고 했다. 2천 살 어르신, 툴레나무 엘레오와 발렌틴씨 제안으로 두 분의 고향마을 산 후안 테이티팍을 방문하기로 했다. 아트좀파 유적에서 40km 가까이 되는 거리였다. 20km 쯤 전 삼거리 길목에 산타 마리아 델 툴레(Santa María del Tule)가 있다. 툴레 나무(Árbol del Tule)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마을이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