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그의 눈에는 세잔-마티스의 진가가 보였다

1934년 한 남자가 영국 런던의 로열 프리 병원에서 숨을 거둔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케임브리지대의 슬레이드 미술학교 교수로 활발히 강의하고 글을 썼던 이 남자는 집에서 넘어졌다가 대퇴부 골절을 당해 수술을 받았지만 후유증에서 회복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문학가 버지니아 울프는 “내 삶의 커다란 빛이 꺼졌다”며 그의 전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 남자는 ‘후기 인상주의’란 말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비평가, 로저 프라이다. 울프가 프라이를 각별하게 생각했던 배경엔 두 사람이 교류했던 지식인 모임 ‘블룸즈버리그룹’이 있다. 울프와 그의 남편 레너드 울프, 화가 버네사 벨,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문학가 리턴 스트레이치가 주축이었다. 이들은 런던 블룸즈버리 지역에 모여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토론을 즐겼다. 지적으로 교류했던 친구가 세상을 떠난 것. 주변에서 울프에게 프라이의 전기를 써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프라이는 20세기 초 영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