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을 둘러싼 논쟁에는 선과 악 중에 하나의 선택만이 아니라, 선악이 공존한다는 견해도 있다. 상반된 두 가지 경향을 한 인간 안에 응축해 놓은 대표적 소설이 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다. 아마 초등학생 시절에 동화책으로 접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실은 동화적인 상상력을 넘어 꽤 진지한 인간 본성 문제를 다룬다. 한 사람 안에서 나타나는 서로 다른 인격을 묘사한다. 유럽에서 활동한 미국 화가 존 싱어 사전트(1856~1925)의 <스티븐슨과 패니>는 소설가의 초상화이면서 동시에 이 소설의 문제의식도 상징적으로 녹아 들어가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초상화 형식과는 상당히 다르다. 얼굴보다는 그를 둘러싼 상황이 먼저 다가오기 때문이다. 왼쪽의 스티븐슨이 거실을 서성이다 흘낏 시선을 돌려 감상자 쪽을 향한다. 한 손을 얼굴에 대고 있는 모습으로 볼 때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음을 느끼게 한다. 왜 어두운 방을 묘사했을까 그런데 꼼꼼하게 살피면 화가는 우리에게 더 깊은 생각으로 향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먼저 소설가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는 빛에 대비하여, 뒤에는 사물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운 방이 보이도록 방문을 열어두었다. 화면을 좌우로 거칠게 나누는 기형적 구도이고, 방안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도 않아 특별히 열어둘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화가의 의도적인 설정이라고 봐야 한다. 오른편 의자에 앉아 있는 아내 패니의 묘사도 마찬가지다. 의상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을 연상시키듯 금빛으로 반짝인다. 하지만 얼굴은 머리에 쓴 숄의 그림자에 가려 어둠 속에 있어서 표정을 알 수 없다. 현상적으로 세상에 보이는 밝은 모습과 전혀 다른, 어떤 면에서는 상반된 어두운 속성이 인간 내부에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설정이 아닐까 싶다. 화폭에 묘사된 분위기로 봐서는 한 면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품는 긍정적인 상태를, 다른 면은 사회적으로 부끄럽거나 악하다고 여기는 부정적인 상태를 대변한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극적으로 대비되는, 한 사람 내의 두 인격을 작가의 초상화를 통해 보여주려 했던 듯하다. 화가는 스티븐슨과 매우 친밀한 친구이자 예술적 교감을 나눈 동료였고, 그를 묘사한 초상화도 세 점이나 있다. 두 사람의 친분을 고려할 때 이 소설을 쓰는 과정부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고, 초상화에 이를 반영했다는 추측을 하게 된다. 소설에서 지킬은 의학·법학박사, 왕립협회 회원 등의 직함을 가진 저명인사다. 여기에 포용력·친절함·겸손함까지 갖춰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늘 칭찬이 뒤따르는 인물이다. 지킬의 또 다른 인격이자 분신인 하이드는 반대로 사악하다. 늘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조금이라도 갈등이 생기면 잔인한 폭력을 행사한다. 길거리에서 노신사와 시비가 붙자 지팡이로 때려죽인다. 지킬과 하이드는 무엇을 드러내는가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