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안 됩니다"
귀를 의심하게 한 한마디

1만 8천여 신들의 고장 제주에서는 매년 2월이면 마을 곳곳에 마을 포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린다. 마을제라고도 불리는 마을 포제(酺祭)는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유교식 마을 제사로 음력 정월에 열린다. 마을 포제는 남자 유지들이 제관이 되어 주관하며 소, 돼지 등 가축을 잡아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동 의례로 마을의 안녕뿐 아니라 이웃 간의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하는 마을의 중요한 연례 행사다. 제주에 이주한 지 만 5년, 제주의 민속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입춘제, 당굿, 영등굿 같은 제주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행사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마을포제에 대한 관심은 계속 있었지만, 그동안 일정이 맞지 않아 참석할 기회가 없었다. 리사무소에 연회비를 내는 리민에게는 핸드폰으로 마을의 여러 일정에 대한 안내 문자가 온다. 예를 들면 '000 차남의 결혼식' 또는 '000의 부고' 혹은 '노지 만감 재배기술 교육과정 신청안내' 등등이다. 얼마 전, 마을 포제 일정 알림 문자가 왔다. 입제부터 파제까지의 일정, 포제단의 위치를 알려주는 내용이다. 날짜를 보니 일정이 딱 맞았고 쾌재를 불렀다. 말로만 듣던 마을 포제, 드디어 갈 수 있다. "요즘도 그렇다고요?" 되묻게 한 한마디 우리 마을 포제날, 서울에서 온 후배와 남편과 함께 포제단을 찾았다. 포제단은 마을과는 조금 떨어진 외진 동산 같은 곳에 있었다. 가까이 가니 입구부터 이미 차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우리는 간신히 한쪽에 주차하고 내렸다. 노란색과 초록색 제의를 입고 검은색 제관을 쓴 장년의 남성들 몇몇이 보였다. 마을의 중요 행사에 마을 주민으로 함께 한다는 기대감과 함께 마을제에 임하는 경건한 마음을 갖추고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웬 젊은 남성이 막아서며 말했다. "여자들은 들어오면 안 됩니다. 저기 화장실 옆으로 돌아가면 여자들 모이는 곳이 있으니 그리로 가시면 됩니다." 여자들은 마을제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 얼핏 듣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예전의 일이겠거니 했지 설마 지금, 2026년에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왜요? 여자들은 왜 못 들어가요?" "마을의 풍습이 그렇습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