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겨울방학이 끝났다. 아이는 학교로 갔고, 집안은 다시 일상의 리듬을 찾기 시작했다. 새해는 1월에 시작되지만 방학과 연휴의 여파 때문일까. 진짜 한 해의 시작은 3월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다시 규칙적인 일상이 시작됐다.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이런 생활이 이어질 것이다. 학생은 학교로, 직장인은 직장으로 향하는 바쁜 아침. 분 단위로 움직이지 않으면 시간이 부족하다. 아침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걸까. 눈을 뜨고 간단히 씻고 나면 아이가 일어난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는 머리 스타일이 중요하다며 아침마다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바쁜 아침인데 온 가족이 줄줄이 샤워를 하니 화장실은 그야말로 '웨이팅 맛집'이 되어버렸다. 서양식 동양식도 아닌, 우리 집 아침밥 그렇게 다들 출근과 등교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나도 간단히 먹고 갈 아침을 준비한다. 요청 사항도 제법 많다. 전날 저녁에 먹고 남은 음식은 아침에 먹기엔 너무 무겁다며, 가볍고 산뜻한 음식을 원한다. 그래서 우리 집 아침 식탁은 서양식도 동양식도 아닌 어딘가 그 중간 쯤이다. 이도 저도 아닌 퓨전이라고 해야 할까. 그날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후다닥 만들어 내는 아침 식사다. 자주 등장하는 메뉴는 국수, 샐러드, 파스타, 달걀 요리, 빵, 샌드위치, 스프, 죽, 볶음밥, 시리얼 등 다양하다. 다행히 나는 요리를 좋아하는 엄마라 부담스럽지 않고 즐겁게 만들 수 있다. 빵은 가끔 한 번에 많이 구워 냉동실에 얼려 두고, 파스타 면도 삶아 얼려 둔다. 흰 죽도 가끔 만들어 소분해 두면 큰 시간을 들이지 않고 금세 준비할 수 있다. 이번에도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정체불명의 음식을 만들었다. 전날 장을 보면서 돈까스 용으로 사 둔 돼지고기 등심이 있었고, 한 단에 1500원에 팔길래 별생각 없이 집어 온 시금치도 있었다. 두 가지 재료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계 없는 돼지고기 등심이면 닭가슴살 대신 쓰면 괜찮겠는데?' 고기를 얇게 썰어 전분을 묻혀 팬에 볶으면 바삭하면서도 기름을 많이 쓰지 않아 아이가 튀김처럼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다 문득 시금치도 넣고 달걀도 넣어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중식의 요리법에 양식이 합쳐진 국적 없는 짬뽕 같은 아이디어였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