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태어날 아이들, ‘건보·장기요양 부담’ 지금의 2.3배

현재의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할 재정 부담이 지금 태어난 세대보다 두 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 지금의 신생아보다 약 2.3배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된다는 의미다.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구구조 변화와 세대 간 형평성 확보를 위한 복지재정정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세대 회계’ 방식으로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재정을 분석한 결과 미래세대가 평생 짊어져야 할 ‘순부담’은 1억 3374만 원으로 추산됐다. 순부담은 평생 낸 보험료에서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받는 급여 혜택을 뺀 금액이다. 반면 2023년생의 평생 순부담은 약 4096만 원 수준이었다.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부담 격차는 9278만 원에 달한다. 미래세대의 생애 순부담이 2023년생보다 226.6%(약 2.3배)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대별 부담 구조를 보면 건강보험은 전형적인 ‘세대 간 이전 구조’다. 어린 시절에는 보험료를 거의 내지 않고 혜택을 받지만 사회에 진출하는 20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보험료를 낸다. 반면 65세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병원 이용이 잦아지면서 낸 보험료보다 받는 급여 혜택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분석에서도 65세를 기점으로 ‘혜택’이 ‘부담’을 앞질렀으며 나이가 들수록 격차가 더 벌어졌다. 특히 80대 이상은 평생 받는 의료 혜택이 낸 돈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지원하는 장기요양보험도 비슷한 구조다. 75세 이후부터 혜택이 급격히 커진다. 결국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은 중장년층이 보험료를 많이 부담하고 고령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재정 구조가 저출산·고령화와 맞물리며 세대 간 부담 격차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은 기금을 미리 쌓아두는 적립식이 아니라 그해 걷은 보험료로 그해 의료비를 충당하는 방식이다. 보험료를 낼 생산연령 인구는 줄어드는데 치료받을 노인은 늘어나면서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현행 제도가 유지될 경우 미래세대의 부담이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세대 간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보험료를 지금보다 약 130% 인상해야 장기 재정 균형이 맞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연구진은 “보험료를 한꺼번에 크게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점진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동시에 비효율적인 지출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불필요하게 병원에 장기간 머무는 이른바 ‘사회적 입원’을 줄이고 경증 질환에 대한 과도한 의료 이용을 관리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험료 인상만으로는 급격한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재정 압박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건강보험 재정 논의를 할 때 단순한 연간 재정수지뿐 아니라 세대 간 형평성 관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