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공급 불가항력”… 석화업계 ‘도미노 타격’ 우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이어 석유 생산 감축으로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석유화학(석화) 업계가 비상이다. 국내 나프타 재고가 2~3주 분량뿐인 상황에서 여천 나프타분해시설(NCC)이 고객사들에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석화 업계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 지원 효과가 크게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는 7일(현지시간) “쿠웨이트에 대한 이란의 계속된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에 대한 위협에 따라 예방적 조치로 원유와 정제 처리량을 감축한다”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불가항력이란 전쟁·재난·봉쇄 같은 통제 불가능한 사건 때문에 계약을 못 지킬 때 계약 이행 책임을 조정하는 조항이다. 국내에 공급되는 나프타 물량도 크게 축소됐다. 국내 나프타의 절반은 수입되고 절반은 국내에서 원유를 정제해 직접 생산하는데, 수입 물량 중 54%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단기적으로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를 활용해 나프타 생산을 늘려도 사태 장기화 때는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국내 석화 업계는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지난해부터 생산량 감축에 들어간 데 이어 원료 수급 차질이라는 부담까지 떠안았다. 업계 관계자는 8일 “그동안 시황이 좋지 않아 NCC 가동률이 80% 수준인 상황에서 업계의 재고가 3월 말이면 바닥날 예정”이라며 “이대로면 여천NCC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축분이 2주 분량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 시설인 여천NCC는 지난 4일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여천NCC는 고객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3월 인도 예정이었던 (에틸렌의) 원료인 나프타의 도착이 크게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나프타 가격은 지난달 27일 t당 590달러에서 이달 3일 737달러로 24.9% 치솟았다. 업체들은 공급 과잉과 수요 침체로 가격 반영이 불가능한 상태다. 아프리카 등에서 대체 원료를 조달해도 해상 운송 거리가 늘어 운임 상승이 불가피하다. 롯데케미칼도 대산공장 구조조정으로 연간 약 2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비용 부담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지난 6일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6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긴급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 원유·석유제품 비축량은 약 1억 5700만 배럴 수준으로 추가 확보 물량까지 약 208일분의 대응 여력이 있다. 산업통상부는 석유화학·정유업계와 실시간 소통 체계를 구축해 나프타 수급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