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가 많이 먹어서
지구를 살린다고?
놀라운 진실

과학자들의 반복된 경고에도 인간은 여전히 온실가스를 대기로 배출한다.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4℃ 상승했고, 극한 기상은 더 잦아졌다. 수많은 사람이 예방 가능한 재난으로 목숨을 잃었고, 수조 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피해가 뒤따랐다. 여기에 삼림 벌채와 대규모 축산업 같은 인간 활동은 생물다양성을 빠르게 무너뜨린다. 수많은 종이 멸종 위기로 내몰렸고, 자연의 균형이 흔들렸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야생동물은 본능적인 행동을 통해 숲을 재생하고 탄소를 저장하며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 기여한다. 인간이 만든 위기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그 피해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이들의 존재가 사라지면 지구의 미래도 함께 흔들리게 된다. 지난 3월 3일은 세계 야생동물의 날이었다. 기후 대응의 최전선에서 조용히 활약하는 동물들의 숨은 역할을 조명했다. 탄소를 저장하는 코끼리와 호랑이 대형 야생동물은 단순히 생태계의 일부가 아니라 지구의 탄소 순환을 조절하는 숨은 기후 조절자 역할을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코끼리와 호랑이다. 코끼리는 오래전부터 생태계 엔지니어, 숲의 정원사, 씨앗 확산자로 불렸다. 최근에는 여기에 새로운 별명이 하나 더 붙었다. 바로 '기후 영웅(climate hero)'이다. 특히 중앙아프리카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아프리카 숲코끼리(African forest elephant)는 숲의 탄소 저장 능력을 높여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하는 동물로 주목받는다. 코끼리는 숲의 구조 자체를 변화해 탄소 흡수 능력을 높인다. 2019년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코끼리가 숲을 이동하며 작은 나무를 넘어뜨리거나 식물을 먹어 나무 밀도를 낮추면 빛·물·공간을 둘러싼 경쟁 구조가 바뀐다. 이 과정에서 목질 밀도가 높은 큰 나무들이 더 잘 자라며 숲의 장기적인 탄소 저장량이 증가한다.[1] 2023년 PNAS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도 코끼리가 숲의 탄소 저장 능력을 강화하는데, 코끼리가 사라지면 중앙아프리카 열대우림의 지상 탄소 저장량이 약 6~9%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2] 코끼리의 이러한 영향은 숲 생태계 전반에 걸친 생지화학(Biogeochemistry) 순환과 연결된다. 대형 초식동물의 활동은 토양과 식생 구조를 바꾸고, 장기적으로 숲의 생물량과 탄소 저장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3] 코끼리가 하루에 먹는 양은 약 180kg을 상회한다. 먹이를 찾으며 숲을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나무를 밟고 넘어뜨리거나 잎과 가지를 뜯어 먹으면서, 특히 탄소 밀도가 낮은 작은 나무들이 줄어든다. 그 결과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목재 밀도가 높은 큰 나무들이 물·빛·공간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숲에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흡수·저장되는 외부효과를 일으킨 셈이다.[4] 코끼리는 숲의 씨앗 확산자 역할도 한다. 코끼리가 과일을 먹은 뒤 배설하는 과정에서 씨앗이 멀리 퍼지고 일부 씨앗은 아예 (코끼리 등의) 소화 과정을 거쳐야 발아가 가능하도록 진화했다. 이런 과정은 마찬가지로 탄소 저장 능력이 높은 큰 나무들의 확산을 돕는다.[5] 세계자연기금(WWF)은 이러한 생태 활동 덕분에 숲코끼리 한 마리가 매년 축구장 약 140개에 해당하는 면적(약 100헥타르) 숲의 탄소 순흡수 능력을 높이며, 그 숲의 탄소 순흡수량은 자동차 2047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효과와 맞먹는 것으로 추정했다.[6] 코끼리는 토양 탄소 순환에 영향을 미친다. 배설물은 토양에 유기물을 공급해 탄소가 토양에 축적되는 과정을 촉진한다. 또한 코끼리가 먹고 남긴 식물 잔해는 분해 속도가 느려 토양에 더 많은 탄소가 남도록 한다.[7] 그런데 '기후 영웅' 코끼리가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숲코끼리는 상아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다. 지난 31년 사이에 개체 수가 86% 이상 감소했다. 현재는 역사적 서식 범위의 약 4분의 1에서만 발견된다.[8] 코끼리를 보호하는 일은 단순히 한 종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숲의 탄소 저장 능력과 생물다양성 그리고 기후 안정성을 지키는 일과도 직결된다. 호랑이 역시 숲의 탄소 저장 능력을 높이는 중요한 포식자다. 지난해 학술지 와일리(Wile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토착 호랑이가 서식하는 숲은 그렇지 않은 숲에 비해 헥타르당 최대 12%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 호랑이는 사슴과 멧돼지 같은 동물을 사냥하는데, 만약 이 동물들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어린나무와 식물을 지나치게 먹어 숲의 성장을 방해한다. 호랑이가 포식자로서 개체 수를 조절하면 식생이 회복되고 숲의 탄소 흡수 능력이 함께 높아진다.[9] 코끼리와 호랑이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숲의 균형을 유지하며 자연이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숨은 기후 조절자 역할을 한다. 숲을 살리는 '굴착 동물'… 베통과 에키드나, 그리고 웜뱃의 숨은 역할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