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도 북한도 협박이 통하는 나라 아냐"

북한이 2월에 노동당 당대회를 열었다. 노동당 당대회는 5년에 한 번 정도 열리는 행사로, 북한의 대외 문제와 군사·경제 등 향후 5년간의 장기적인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다. 이번 당대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국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미국에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노동당 당대회를 전체적으로 평가해 보기 위해 지난 4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근처에서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북한은 미국 눈치 봐야 하는 한국 더는 상대 안 하겠다는 것" - 최근 북한 노동당의 당 대회가 열렸는데 먼저 전체적인 총평해주세요. "당 대회 내용 자체는 우리 쪽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건 거의 없어요. 주로 북한 내부를 향한 메시지들이 대부분인데 경제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그거에 관해서 그동안에 성과가 있었던 부분은 자랑하고 부족한 부분은 간부들을 질책하는 게 주목표였던 것 같아요. 한국이나 미국을 향한 메시지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고 예상했던 수준으로 나왔다고 볼 수 있죠." - 근데 당 대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유화적 태도가 기만극이자 졸작이다.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했잖아요. "현재 우리가 북한에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거든요. 그러니까 미국과 협상이 성사되기까지는 남쪽하고 교류해서 자기들이 얻을 게 없으니 상대 안 하겠다는 거죠." - 그래도 우리 정부가 유화적인 메시지 보낸 게 있잖아요. "유화적인 메시지가 자기들에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게 없다는 거죠. 이번에 무인기 사건도 민간에서 저지른 일이지만 정보사에 소속된 사람이 개입했다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북한에서는 이재명 정부에서 시킨 게 아니라도 군을 제대로 통제할 능력이 과연 있는 건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거죠. 또 9.19 합의 복원 얘기가 나오는 데도 시간이 걸렸고 아직도 이명박 정권 때 취했던 5.24 조치 해제에 대한 언급 없잖아요. 사실 해제한다고 당장 북한과 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거죠. 하지만 해제하겠다는 선언도 안 해요. 물론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한다고 북한이 당장 그것에 화답해서 대화의 장으로 나오진 않겠지만 배짱 있게 과감한 조치 취하는 모습 보여주면 말한 것을 실천할 의지가 있다고 하는 느낌 받을 텐데 지금까지는 이재명 정부에서 과감하게 치고 나가는 모습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과연 이 사람들과 나중에라도 교류할 가치가 있을지 아직 북측이 확신 못 하고 있죠." - 그럼, 한국은 못 하는 건가요 아니면 안 하는 건가요? "지금은 어떤 조치를 취한다 해도 당장 북한이 우리와 대화하자고 나올 가능성은 별로 없죠. 먼저 북미 대화가 이루어지고 거기서 어떤 합의가 나와야 그다음 단계에서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요. 그러니 우리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는 취하되 북한 측을 재촉하지 말고, 묵묵히 우리 할 일만 하고 남북 대화와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우리는 기다리는 모습 보여주는 게 오히려 낫죠." - 그러나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보면 미국을 설득해서 끌고 갔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그게 없는 것 같거든요. 안 되는 걸까요? "지금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최근 발언한 것들을 쭉 보셨겠지만, 김대중 정부 당시 임동원 통일부 장관이나 노무현 정부 때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필요할 때는 미국이나 서방 세계에서 우려하더라도 우리가 과감하게 치고 나갈 때 치고 나간다고 하는 태도가 있었죠. 요즘은 트럼프 정권이 워낙 다루기 까다롭고 험악하게 외교를 하는 정부라서 그런지 너무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닌가 해요. 물론 트럼프 정부가 클린턴 정부나 부시 정부와 달리 우리가 설득하기가 정말 어려운 까다로운 상대인 탓도 있겠죠." - 북한은 정말 상대 안 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을까요? "아까 얘기한 대로 지금은 남쪽하고 대화해 봐야 자기네들이 얻을 게 없으니까, 차라리 상대 안 하고 대미 협상에만 집중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죠. 어차피 미국과 관계가 풀리면 한국이나 일본과의 관계는 자동으로 풀린다고 보기 때문이죠." - 일각에서는 한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북미 협상이 안 될 거라는 얘기도 있던데. "지금 북미 협상 문제에 있어서 북한이나 미국이 한국에 전혀 여지를 주지 않고 있는데, 한국이 나서야 북미 협상이 된다는 얘기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죠. 8년 전에 북미가 만나게 됐을 때도 북한이 미국과 정상회담 하고 싶다는 의사를 한국에 얘기해서 우리가 전달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메신저 역할한 것이죠. 정상회담 안 하겠다는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서 협상장에 앉힌 건 아니잖아요." - 설 명절 연휴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9.19 군사합의 복원 등 발표한 게 있잖아요. 그거 어떻게 보세요?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