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16코스는 중산간 숲길과 항몽 유적, 그리고 애월 해안 풍경이 이어지는 길이다. 광령1리 마을에서 시작해 고내포구까지 이어지는 이 길에는 제주 농촌의 일상과 역사, 그리고 바다 풍경이 함께 담겨 있다. 가로수 나무 위에는 까마귀 떼가 모여 앉아 "까악, 까악" 울어댄다. 요즘에는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니 어린 시절 고향의 논과 밭 사이에서 들리던 까마귀 울음이 문득 떠올랐다. 올레길 걷기 둘째날이다. 5일 아침 호끌락 북카페에서 길을 시작했다. 마을 정자와 향림사를 차례로 지나니 길은 자연스레 마을 외곽으로 이어진다. 애월 해안길과는 다른 내륙 마을길이다. 밭담과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청화마을에 이른다. 갑자기 눈앞에서 송아지만한 고라니 두 마리가 펄쩍 뛰며 길을 가로질러 달아난다. 놀라움과 함께 야생의 숨결을 바로 곁에서 마주한 경이로움이 앞선다. 농작물을 지키는 농부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손님일지 모르지만,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한 장면을 만난 순간이다. 길은 이어져 고성숲길로 들어선다. 빽빽한 소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길 위에는 솔잎이 두툼하게 쌓여 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흙길 위에 내려앉은 솔향과 숲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상쾌하다. 삼별초의 흔적, 항파두리 항몽 유적지 숲을 빠져나오자 눈앞이 갑자기 탁 트인다. 넓은 초원처럼 펼쳐진 들판, 푸른 청보리가 물결치기도 하는 이곳이 바로 항파두리 항몽 유적지다. 이곳은 고려 말기 삼별초가 몽골에 맞서 마지막까지 항쟁했던 역사 현장이다. 1271년 삼별초는 강화도에서 제주로 근거지를 옮기며 이곳 항파두리에 성을 쌓고 항몽 항쟁을 이어갔다. 그러나 1273년 고려와 몽골 연합군의 공격으로 삼별초는 결국 이곳에서 최후를 맞는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