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허물고 또 짓는 부산 명륜2구역... 사라지는 건 건물만이 아니다

지난 15일, 부산 동래구 명륜2구역 재건축 사업 철거 현장을 찾았다. 담벼락이 허물어져 있었고, 빈집 벽에는 붉은 글씨로 '철거' 표시가 남아 있었다. 사람들이 떠난 골목에는 잡초가 올라오고 있었고, 아파트 단지 한켠 작은 놀이터에는 낡은 시소가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미 사람이 살지 않는 공간이지만, 이곳이 얼마 전까지 분명한 삶의 자리였다는 흔적들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이곳에는 앞으로 지하 3층, 지상 28층 규모의 5개 동, 총 499세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부산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재개발 사업의 모습이다. 기존 주거지를 철거하고 고층 아파트 단지를 새로 세우는 방식. 이미 수십 년 동안 반복되어 온 도시 개발의 익숙한 장면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다른 대안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하나의 공식처럼 굳어버렸다는 점이다. 현장을 둘러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생각보다 상태가 나쁘지 않은 건물들이었다. 일부 주택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것으로 보였고, 외관 역시 크게 낡지 않았다. 그러나 재개발 구역이 확정되는 순간 이런 건물들 역시 예외 없이 철거 대상이 된다. 이것은 한국 재개발 사업이 가진 구조적 특징을 보여준다. 개별 건물의 상태나 지역의 역사, 공간적 가치보다 '구역 단위의 전면 철거'가 사업의 기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도시를 정비한다는 명분 아래 실제로는 '모두 허물고 새로 짓는 방식'이 거의 유일한 선택지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 결과, 아직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건물들까지 함께 사라진다. 이는 자원의 낭비라는 측면에서도, 도시의 기억을 지운다는 측면에서도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사라지는 동네의 시간 재개발 현장에서 사라지는 것은 단지 건물만이 아니다. 골목의 형태, 오래된 담장, 주민들이 오가던 작은 길, 동네 놀이터와 같은 생활의 공간들이 함께 사라진다. 이러한 공간들은 도시계획 도면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실제로는 주민들의 삶을 구성해 온 중요한 요소들이다. 도시의 시간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기억과 일상의 흔적, 공간의 축적된 이야기들이 함께 쌓이며 만들어진다. 하지만 한국의 재개발은 이런 시간의 축적을 보존하기보다는 '완전히 초기화'하는 방식에 가깝다. 새로운 아파트 단지는 깔끔하고 효율적인 공간일 수 있지만, 동시에 이전의 동네가 갖고 있던 공간적 기억을 대부분 지워버린다. 또 하나의 질문은 왜 재개발의 결과가 거의 항상 고층 아파트 단지인가 하는 점이다. 재개발 사업은 사업성이 중요한 구조다. 토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분양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고밀도 주거 형태가 선택된다. 그 결과 대부분의 재개발 사업은 비슷한 형태의 고층 아파트 단지로 귀결된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