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빈집 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얼마 전 한때 우리에게 농사를 배웠던 친구가 귀농하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 최근 결혼해 아기를 낳았는데, 서울에 사는 것이 답답하다며 빈집 소개를 부탁했다. 마을 이장님과 어르신들한테 연세로 얻을 빈집이 있는지 물으니 신혼부부와 아이까지 오면 정말 좋겠다며 빈집 구하기 작전에 돌입했다. 이장님과 어르신들이 나서서 여기저기 빈집 주인들한테 전화를 하셨다. 멀쩡한 2층 집인데 10년이나 비어있는 집, 지난해 겨울에 어르신이 돌아가셔서 빈집이 된 집, 몸이 아파서 요양원에 간 어르신의 집 등. 하지만 대부분 세 놓는 일에 시큰둥했다. 집을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으로 매매하려는 경우도 있었다. 젊은 이웃 반기지만 정작 살 곳은 없는 현실 겨우 주인을 설득해서 집 하나가 임대 후보가 되었다. 최근 내부 수리를 해서 적당히 깨끗하고 살만한 집이었다. 지난해 가을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집이 빈 터라 바로 들어가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옆집 사는 할머니가 친척인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주셔서 통화를 했다. 돌아가신 어르신 아들로, 다른 지역에 살고 있다. 할아버지 살아 계실 때 몇 번 뵈었던 분이다. "세는 얼마 정도 드리면 될까요?" 물으니, "일단 사람 한번 만나보구요" 하신다. "어느 정도 가격인지는 알아야 와서 집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했더니, 그래도 사람을 본 후에 결정하겠다고 하신다. 한번 시간을 내서 그 친구들이 오면 만나기로 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다. 농촌에서는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들일 때 굉장히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집 주인 입장에서는 근처에 살지도 않는데 임대 분쟁이라도 생기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며칠 후 젊은 부부가 근처에 일이 있어 아이를 안고 마을에 찾아왔다. 마을 어르신들이 젊은 부부와 아이를 보고 반가워하셨다. 온 김에 빈집을 보고 가면 좋을 것 같아 집주인에게 전화로 현관 비밀번호를 좀 알려주면 안되겠냐고 간청했지만 안된다고 했다. 친척인 옆집 할머니에게 알려주어 잠깐 안을 보게 하는 것도 안되겠냐고 하니 끝내 거절을 하셨다. 아무래도 집 주인이 집을 임대 해줄 확신이 안 선 듯 했다. 그들은 그냥 집 밖과 마당만 보고 떠나야 했다. 귀농 희망 부부는 부동산에 나와 있는 근처 마을 빈집 몇 채를 봤지만, 대부분 수리를 많이 해야 하거나 비싼 값으로 매매를 해야만 하는 곳이라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빈 손으로 서울로 돌아갔지만 이 친구들은 하루 동안 많은 생각을 했을 듯 싶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