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충청북도 충주에서 국토 종주의 마지막 도인 강원도 땅 원주시 부론면에 들어섰다. 해남 땅끝점에서 도보 국토종주를 시작한 지 34일 만이다. 강원도 땅을 밟은 다음날인 13일은 문막읍까지 걷는 일정이었다. 문막으로 가는 정해진 길이 있음에도 국토종주의 뜻을 보다 더 진하게 충족하기 위한 결정을 했다. 지금은 잊힌 길을 통해 문막에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국의 길을 여기저기 찾아 걷던 나로선 오래 전부터 많이 궁금했던 길이 '별바라기볼렛길'(2019년 여주시 조성)이다. 세종천문대가 있는 청정 지역의 특징을 길 이름에 녹여낸 길이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잘 모르는 길이 되었다. 수풀이 덮이고 새 장애물이 생겼을 수 있다. 목적지만 가면 된다고 생각하면 이 같은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한발 한발 내딛는 '걷기'라는 행위는 목적지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목표를 완성하기까지 제한된 거리와 시간 안에 어떻게 걸었고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가 중요하다. 그것이 힘든 과정일수록 성취감은 증폭된다. 그래서 고민 끝에 용단을 내렸다. 같이 걷는 단원들께 취지를 설명하니 힘든 모험길이 될 줄 알면서도 오히려 더 좋아했다. 물길 따라 모여들던 곳 부론초등학교 앞에서 출발해 부론면사무소 앞길로 들어섰다. 부론면은 1919년 기미독립만세운동이 원주시 전역으로 확산되는 시발점이 된 곳이다. 면사무소 앞엔 '부론독립만세기념비'가 우뚝 서 있다. 세상에 우연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는 일은 없다. 부론면이 원주 독립만세운동의 시발점이 된 분명한 이유가 있다. 충청북도, 경기도, 강원도의 3도의 접경지인 원주 부론면은 경기도와 충청북도를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위 아래로 걸친 중심에 있다. 강을 통한 수운이 절대적이던 옛날, 영서 영동의 남부 지방의 세곡을 모아 저장하던 흥원창이 부론면에 있었고 자연히 경제의 중심이 됐다. 사람이 모여들다보니 여론도 모여 나라의 정책 입안에 이 지역의 여론을 듣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면 이름이 '부할 부(富)'와 '논할 논(論)'의 부론면이 된 이유다. 사람 따라 소식이 가장 먼저 도착하고 여론이 가장 먼저 형성되던 곳에서 3.1운동 소식을 들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분이 끓어올라 만세 운동에 나섰을 것이다. 부론면의 법천리, 손곡리, 노림리가 남한강, 섬강, 청미천의 세 물이 모이는 세물머리의 흥원창이 있던 중심 지역이라는 것이 원주 독립만세운동의 시발점이 된 이유를 말해준다. 면 소재지 거리에서 남한강변으로 나서면 둑방길에서 여주를 대표하는 테마길인 여강길(2코스 세물머리길)을 만난다. 하늘은 더없이 화창하다. 한없이 들뜬 기분으로 걷다 보니 이내 흥원창 조운선전망대에 도착했다. 이곳은 떠나기 싫을 만큼 가슴이 확 트이는 전망을 선사한다. 남쪽에서 올라온 남한강이 북쪽에서 내려온 섬강을 만나 서쪽으로 돌아 흘러가는 이곳에서 서쪽 방향인 정면에 끝간데 없이 앞으로 뻗어있는 물줄기를 바라보니 이 물길을 따라 가면 한달음에 서울일 것 같다. 별바라기볼렛길 이곳에서 남한강과 작별하고 섬강변으로 걷는다. 둑방길이 아닌 섬강변 고수부지의 오븟한 길에서 어느 길보다 편안함을 느낀다. 이 길로 섬강교를 건너면 편안함은 끝나고 오늘 작정한 모험이 시작된다. 3도 접경지를 온 몸으로 느낀다고 해야 할까. 어제 남한강대교로 충북에서 강원도로 들어왔고, 오늘 섬강교를 따라 강원도에서 경기도로 들어선다. 섬강교 남쪽으론 섬강의 고요한 물줄기가 흐르고, 북쪽으론 자산과 푸른산 사이의 절벽을 뚫고 나온 영동고속도로가 섬강 위를 시원스레 달리고 있다. 우리는 북쪽 절벽 아래 섬강변으로 길을 헤치고 걸어가야 한다. "길이 어딘지 보이지가 않네." "사람들이 다녔던 길이니 가면 있을 거야."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