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제조 AI'는 지방 살리기가 될 수 있나

대한민국은 제조강국입니다. 철강부터 반도체까지, 조선부터 포털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 드문 나라입니다. 또 하나의 나라는 중국이지요. 전세계가 미국진영과 중국진영으로 나뉘면서 대한민국은 이제 서방진영의 독보적인 제조창으로서 지위를 누리게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조업의 AI 전환은 대한민국에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됩니다. 한국의 제조업은 어떻게 하면 AI 전환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세 가지가 없는 한국의 제조 중소중견기업 한국의 제조 중소중견기업에는 세 가지가 없습니다. 우선 사람이 없습니다. 기존의 인력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습니다. 이들은 AI를 알지 못합니다. 2024년 11월 대한상의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제조기업의 80.7%가 전문인력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어떻게 충원하고 있나?'라는 질문에도 82.1%가 충원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두 번째로 돈이 없습니다. 73.6%가 AI 투자가 부담이 된다고 답합니다. 그중 33.1%는 매우 부담스럽다고 답했습니다. 중소기업으로 한정하면 전체의 79.7%가 부담이 된다고 답했습니다. 당연히 데이터도 없습니다. 데이터를 쌓으려면 디지털화가 돼있어야 합니다. 상의 보고서에서 대구의 한 제조업체는 "생산공정만 해도 AI로 전환하려면 데이터 축적을 위한 라벨·센서 부착, CCTV 설치, 데이터 정제뿐 아니라 이를 기획하고 활용하는 비용, 로봇 운영을 위한 맞춤형 솔루션 구축, 관련 인력 투입 등 기존에 생각지 못한 자금이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제조 데이터가 설비별로 분절적으로 구축되어 파편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정보화 인식 부족으로 인해 실무자가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찾아야 하거나 데이터셋 구축이 업무 우선순위에서 밀려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 · 목적에 따라 기존 데이터를 가공·재처리해야 하는 등 AI 학습용 데이터의 실질적 활용이 제한적이며, 개인정보 침해 이슈도 애로사항으로 확인 · 기술 측면에서는 AI 적용 가능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자동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제조 현장이 다수 존재하며 노후화한 레거시 시스템 사용, 느린 IT 세대 전환 등으로 인해 AI 연계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환경'입니다. 그러니 한국 산업의 AI 전환은 기본적으로 이 세 가지, 돈이 없고, 사람이 없고, 데이터가 없는 상황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세 가지를 해결하지 못하는 어떤 정책도 실효를 거두지 못할거라는 뜻입니다. 이 세 가지는 함께 풀지 않으면 안됩니다. 얽혀있기 때문이지요. 가령 돈이 없으면 사람과 데이터를 풀지 못합니다. 돈이 있어도 사람이 없으면 진도를 나가지 못합니다. 돈과 사람이 있어도 데이터가 없으면 무망합니다. 셋은 함께 풀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생태계 해결책으로 나아가기 전에 먼저 생태계에 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삼성전자는 왜 파운드리(남의 칩을 위탁생산해주는 일)에서 TSMC에 뒤쳐지게 됐을까요? 파운드리는 팹리스 - 디자인스튜디오 - IP기업 - 파운드리 - 패키징과 후공정으로 이어집니다. 전문 칩설계회사가 설계도를 만들면, 디자인 스튜디오가 설계도를 파운드리의 공정에 맞게 다듬습니다. USB포트와 같은 부품은 매번 설계를 하지 않고 IP회사로부터 사옵니다. 굳이 같은 걸 또 그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때도 그 파운드리에서 만들어본 적이 있는 IP여야 바로 쓸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만들어본 적이 있는 IP를 많이 갖고 있는 게 파운드리의 또 다른 경쟁력이 됩니다. 삼성과 TSMC는 여기서 10배쯤 차이가 납니다. 파운드리에서 칩을 굽고 나면 패키징과 후공정으로 보냅니다. 선폭을 무한정 가늘게 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칩을 수직으로 쌓고, 수평으로 붙입니다. 그래서 패키징이 갈수록 첨단기술이 됩니다. 삼성전자는 이 모든 단계에서 TSMC의 생태계에 턱없이 밀립니다. 10배 작거나(IP파트너 숫자), 10년 뒤쳐져(패키징 기술) 있다고들 합니다.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이 진작에 생태계 전쟁으로 바뀐 것을 삼성전자는 알아채지 못했던 것입니다. 함께 성장하는 법을 삼성전자는 익히지 못한 것이지요. 혁신도시가 망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지방을 살린다고 허허벌판에 혁신도시를 만들었습니다. 젊은 부부는 대부분 맞벌이를 합니다. 남편이나 아내가 혁신도시로 발령이 난다고 해도 배우자가 취직할 일자리가 없으면 그 집은 내려가지 못합니다.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것입니다. 혁신도시는 자생적인 생태계가 되지 못했습니다. 지방도시를 살려보겠다고 너나없이 신도심을 만들었습니다. 인구가 늘지 않는데 신도심에 아파트를 그렇게 마구 지으면 원도심이 유령도시가 됩니다. 거의 대부분의 지방도시들이 원도심 공동화라는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창원에서 부산은 직선거리가 50km도 안되지만 마음의 거리는 500km라고 지역의 청년들은 말합니다. 자동차가 없으면 출퇴근을 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방을 구할거면 서울로 가지! 청년들이 간절히 원하는 건 '통근 전철'입니다. 타당성 검토에서 늘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생태계를 모르면 '늘'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위 세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바로 생태계로서 접근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생태계가 번성하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종다양성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