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 같은 날 두 가지 일이 있었다. 국가데이터처와 교육부가 '2025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국회 본회의에서는 '4세·7세 고시 금지법'으로 불리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하나는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이 5년 만에 감소했다는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유아를 대상으로 한 학원 입학시험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소식이다. 이 두 사건을 나란히 놓고 보면, 한국 사교육 문제의 현주소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함께 보인다. 무엇이 금지되었나 개정안의 핵심은 학원설립·운영자 등이 유아를 대상으로 모집이나 수준별 배정 목적의 시험·평가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등록 후 보호자 동의하의 관찰·면담은 예외다.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교육부, 2026). 겨냥한 것은 '4세 고시', '7세 고시'로 불려 온 영어학원 유치부 등의 입학시험 관행이다. 교육부 '2024년 유아사교육비 시험조사'에 따르면, 가정양육 유아 중 반일제(3시간 이상) 학원 참여자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145만 4천 원, 영어학원 유치부는 154만 5천 원, 놀이학원은 116만 7천 원이었다(교육부, 2025a). 이 수치가 사회적 공론화에 불을 붙였다. 유아기에 학원 입학시험이 관행화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를 법으로 금지한 것은 의미 있는 조치다. 다만, 이 법이 유아 사교육 문제의 더 넓은 지형 속에서 제 역할을 하려면, 데이터에 기반한 현실 인식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데이터로 보는 유아 사교육의 실제 규모 154만 5천 원이라는 수치가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이 금액은 유아 사교육의 전체 그림이 아니라 일부를 보여줄 뿐이다. 육아정책연구소 '2024 영유아 주요 통계'에 따르면, 만 3~5세 유아 924,057명 중 유치원·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이는 832,928명으로 전체의 90.1%에 달한다. 나머지 약 9.9%, 약 91,000명이 유치원도 어린이집도 이용하지 않는 아이들이다. 이 가운데 반일제 학원을 주된 기관으로 이용하는 유아는 전체의 2.5%에 불과하며, 이 수치에는 영어학원 유치부뿐 아니라 놀이학원 등 모든 유형의 학원이 포함되어 있다(교육부, 2025b). 154만 5천 원은 바로 이 소수에 해당하는 가정의 평균이다. 물론 소수라고 해서 문제가 아닌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이 수치가 유아 사교육의 보편적 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면, 정작 다수의 아이들이 놓인 현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이번 법이 첫걸음이라면, 다음 걸음은 나머지 90%를 향해야 한다. 전체 윤곽을 보면 상황이 좀 더 선명해진다. 6세 미만 영유아의 사교육 참여율은 47.6%이고, 참여유아 기준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 2천 원이다(교육부, 2025a). 이 47.6%에는 월 몇 만원짜리 방문학습지, 주 1회 피아노 레슨, 태권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소득에 따른 격차는 뚜렷하다. 월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1인당 월평균이 32만 2천 원인 반면, 300만 원 미만 가구는 4만 8천 원으로 약 7배 차이가 난다. 다만 이 조사는 아직 국가승인통계가 아닌 시험조사여서, 표본설계의 세부 사항이 공개되지 않아 대표성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교육부는 향후 국가승인통계로의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뉴시스, 2025). 어린이집·유치원 안의 또 다른 사교육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