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의 무비홀릭]AI 판사가 미녀인 까닭

[1] 현대 일본인의 병리현상을 탁월한 서스펜스로 풀어내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신작 ‘차임’(4일 개봉)은 한 요리교실에서 시작해요. 수강생 청년 하나가 갑자기 “차임벨 소리가 들린다”고 중얼거려요. 주인공인 요리강사 마츠오카는 딱 봐도 정상이 아닌 이 청년을 다독이는 대신 “그런 소리는 안 들린다”고 일축하죠. 그러자 청년은 눈알을 반쯤 뒤집으며 “제 뇌엔 기계가 있어요. 그게 저를 조종해요. 머릿속 기계는 차임벨에 반응해요”라면서 양파를 썰던 식칼로 자기 머리를 해체해 보여 주려 들죠. 섬뜩하죠? 그가 공포를 직조하는 방식은 시간을 흘리는 남다른 태도에 기인해요. 공포가 꼭짓점을 향해 치달을수록 감정을 증폭시키는 배경음악을 오히려 싹 없애 버리고, 시간을 잘게 쪼개듯 다큐멘터리처럼 찬찬한 호흡을 가져가죠. 이 과정에서 공포는 밟지 않은 지뢰처럼 마음 한구석에 영원히 매설돼 있을 것만 같은 환장할 감각을 만들어내요. 이 미친 세상은 제정신으로는 살기 어려우므로 어쩌면 광인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