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는 알림이 떴다. 주말에 마음 먹고 사진을 정리하려고 사진첩을 들여다봤다. 이상한 걸 하나 발견했다. 꽃 사진이 너무 많았다. 모임에 가면 꽃병에 꽂힌 꽃을 찍고, 산책하다가 만난 꽃을 찍고, 이름도 모르는 꽃을 찍는다. 길가에 핀 작은 꽃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프로필 사진을 이름도 모르는 꽃 사진으로 해 놓는지. 그 꽃들은 또 어쩜 하나같이 촌스러웠는지. 꽃 사진을 그렇게 열심히 찍는 이유가 뭔지. 사진첩을 넘기다 보니 문득 알 것 같았다. 나도 그 사진을 찍고 있다는 걸. 결혼하기 전 휴대폰 사진은 대부분 셀카였다. 친구들과 찍은 사진, 괜히 카메라를 들이대며 찍은 얼굴들. 그 시절 사진은 거의 나였다. 결혼하고 나서는 휴대폰에 음식 사진이 많았다. 예쁘게 차려놓은 밥상, 막 구운 빵, 새로 만든 반찬. 지금 생각하면 소꿉놀이 같은 기록이었다. 아이가 태어나자 사진의 대부분이 아이였다. 잠든 얼굴, 처음 걸었던 날, 유치원에 처음 가던 날. 특별한 날만 찍은 것도 아니었다. 예뻐 보여서, 기록해 두고 싶어서 하루에도 몇 장씩 찍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 사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들이밀면 바로 브이를 만들고 윙크를 하던 아이가 이제는 사진을 찍으려 하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며 먼저 말한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