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열심히 읽었던 책들 중 노암 촘스키의 책이 있었다. 그가 제프리 엡스타인과 친밀했다는 근거가 담긴 파일들이 공개되면서 그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지만, 노암 촘스키는 그 책을 통해 말했다.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고. 권력자들에게 국민은 통치의 대상이거나 동원의 자원이거나, 때로는 제거해야 할 장애물일 뿐이어서, 국민이라는 단어은 있되 국민의 실체는 없다는 분석이다. 그 책이 출간된 것이 1999년이고 올해는 2026년이니,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 세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2026년 3월의 "그들"은 이제 국민은 물론이고, 국가 또한 필요로 하지 않는다. 존재를 설계하는 '그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팔란티어(Palantir)의 시스템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널리 알려졌다. 팔란티어는 페이팔(PayPal) 공동창업자 피터 틸이 알렉스 카프와 함께 창업한 회사로, CIA의 초기 투자를 받았으며, 실리콘밸리의 언어로 세계를 설계하지만, 미국인들만을 위해 일하지는 않는다. 이스라엘 군과 계약하고, 우크라이나 전장에 알고리즘을 팔며, 가자지구의 표적 목록을 데이터로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팔란티어는 데이터를 온톨로지(Ontology)를 바탕으로 정리한다고 알려졌다. 온톨로지는 철학에서의 '존재론'을 의미한다. 이 존재론은 컴퓨터 공학과 만나며 컴퓨터로 작업하는 공간에서 존재를 규정하는 것으로 변형되었고, 컴퓨터에서 다루어지는 데이터들과 관련된 개념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팔란티어가 그리는 온톨로지, 그 존재의 구조와 세계의 설계도 안에서 어떤 생명은 위협으로 분류되고, 표적이 되며, 그 표적을 제거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오차 범위는 허용이 되는 듯하다. 이란 침공과정에서 사용된 미군의 AI 전장 분석 시스템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 아래 메이븐)에는 앤트로픽(Anthropic)의 AI 모델 클로드(Claude)가 통합되어 있다. 메이븐은 작전 첫 24시간 동안 약 1000개의 표적을 선별하고 우선순위를 정리했다고 알려졌다. 이는 이전의 어떤 분쟁에서도 볼 수 없었던 속도이다. 메이븐은 위성, 감시 플랫폼 등 다양한 출처에서 나오는 방대한 기밀 정보를 분석하고, 지휘관이 실시간으로 표적을 식별·우선순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인데, 메이븐과 클로드의 결합이 군사 계획 수립 시간을 수 주에서 실시간으로 단축시켰다고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첫날인 2월 28일, 남부 이란 미나브 소재 여자 초등학교 샤자라 타이예베가 폭격을 당했다. 토요일 아침 수업 중이었던 학교에서 7~12세 소녀들 최소 165명이 사망했고, 96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건은 AI 기반 고속 표적 선정의 오류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120명 이상의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인공지능이 메이븐 시스템을 통해 샤자라 타이예베 학교를 표적으로 지정했는지, 그렇다면 인간이 그 정확성을 검증했는지" 응답하라고 요구했다. 답변 기한은 3월 20일이다. 피아식별의 무한루프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