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피해에서 사람을 구하는 일은, 무엇보다 먼저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떼어놓는 조치'부터 시작해야 한다. 분리조치는 인신매매 구제 조치의 첫 단계다. 이는 행정 절차이기 이전에, 피해자가 인간으로서 다시 숨 쉴 수 있게 만드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런데 계절노동자 인신매매 피해자가 발생한 고흥군은 피해자들을 가해자와 분리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브로커측은 전방위적으로 피해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브로커 A는 지난해 11월 입국한 필리핀 라구나(Laguna)주 나깔란(Nagcarlan)시에서 온 계절노동자들에게 새벽 3시부터 하루 12시간 이상 굴까기 작업을 시키고도 첫 달 월급을 20만 원대로 지급하고, 15명이 사는 좁은 집에서 한 사람당 월 31만 원씩을 받았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 3월 9일 새벽 A는 전세버스 2대를 빌려서 자신이 관리하던 38명을 강제 출국 시키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이는 시민단체와 법무부의 제지로 실패로 돌아갔다. 브로커가 38명을 강제 출국시키려고 했던 당일에, 고흥군에선 브로커와 노동자들을 분리 조치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당시 고흥군에는 별도의 숙소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고, 지금까지도 노동자들이 머무는 숙소는 모두 고용주들과 브로커들이 관리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고흥군 측은 "법무부에서 정보를 받아서 분리 조치를 했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계절노동자 착취 보도 그 후... 여전히 변한 게 없다 "본 합의 이전의 근로조건, 임금 지급 및 근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 추가적인 분쟁, 민원 또는 신고를 제기하지 않을 것에 동의합니다." 계절노동자 전원을 조기 귀국시키려던 계획이 틀어지자, A는 피해자들에게 위의 내용이 담겨 있는 합의서를 쓰도록 압박했다. 또한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할 본국 지자체의 고용센터장은 오히려 브로커를 두둔하며, 피해자들을 당혹하게 했다. "A를 믿고 그가 무사하기를 기도해 달라." 그렇게 브로커가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자, 피해자들 가운데 한 명씩 한 명씩 귀국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인신매매 피해자 구제 조치의 첫 단계인 분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인신매매 피해자 구제와 보호의 핵심은 피해자가 자기가 당한 일에 두려움 없이 "예"라고 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조사자들이 가해자의 영향권 안에 있다고 믿는 한, 피해자는 자기 언어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없다. "괜찮다"라고 말하는 입술은 떨리고, "문제없다"고 말하면서도 고개를 떨군다. 이때 분리 조치는 조사기법이 아니라, 침묵을 깨는 인권 장치가 된다. 하지만 고흥군 계절노동자들은 고흥군은 물론 자국 대사관 관계자들에게까지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브로커 B는 매월 5일, 계절노동자들이 급여를 받는 날이면 고흥군 도화면 지역에 위치한 여자 숙소를 찾아왔다. 공제액은 일한 시간에 따라 들쭉날쭉했다. "사장님은 일한 만큼 돈을 다 준다고 했어요. 그런데 매일 10시간을 일하면 2시간은 B 몫이에요." "저는 하루 11시간을 일했는데, 하루에 8만 원만 받았어요. 나머지는 B가 가져갔어요"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