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단단하게 익어 있었다. 냄비 속의 물이 끓어올랐다. 계산된 시간에 맞춰 불을 끄고 찬물을 부었다. 조심스럽게 껍질을 깠다. 손끝에 전해지는 말랑한 감촉을 느끼며 탱글탱글한 노른자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매번 실패했던 건 아니다. 비슷한 과정을 거쳤던 며칠 전에는 완벽한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다. 달걀의 속사정은 알 수 없다.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오는 3월 아침, 며칠째 반숙이 되는 시간을 찾고 있다. 아침마다 냄비 속 물 끓이는 시간을 달리 해가며 맞춰가고 있다. 달걀 삶는 시간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니 게시자마다 편차가 있었다. 그 가운데 두세 개를 골라 시도했으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각자 다른 조건에서 삶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다양한 변수가 시간에 영향을 주었다. 물의 양이나 불의 세기, 달걀의 온도와 개수 같은 요인에 따라 시간은 들쑥날쑥했다. 내 조건에 맞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우선 불확실한 요소를 하나씩 제거해 가기로 했다. 마치 가설을 설정하고 결과를 찾아가는 연구자가 된 듯했다. 냄비에 붓는 물의 양을 일정하게 맞추고 인덕션의 화력을 고정하여 변수를 줄여갔다. 물은 언제나 찬물을 사용했고 달걀은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차가운 상태로 하여 물과 달걀의 초기 온도의 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 중에 다른 조건은 상수로 두고 오직 시간만 남도록 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