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을 기다린 이들에게 재판정에서 할애된 발언 시간은 단 5분이었다. 그러나 5·18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는 그 시간마저 간절했다. 20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민사부(박정호 부장판사)에 김복희 '과거사 젠더폭력 진실과 치유의 길을 여는 5·18 열매'(아래 '열매') 대표의 또렷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날은 5·18 성폭력 피해자들 17인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2차 공판일이었다. 약 4개월 만에 다시 열린 공판을 위해 김 대표는 4장의 자필 편지를 준비해왔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제 개인의 피해 사실을 말씀드리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낸 한 세대적 아픔의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그날의 폭력은 저희 열매님들의 삶 전체에 생애사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이후 저희는 오랜 침묵 속에 살아야 했고, 그 침묵은 자발적인 것도 아니고 국가가 저희에게 저지른 성폭력 이후의 삶은 수치심과 모멸에 따른 자살이나 우울증, 두려움, 그 시대적인 억압 속에서 피해는 치유되지 못한 채 세월 속에 누적됐습니다." 김 대표가 재판부에 기회를 얻어 발언을 시작하자 방청석에 나란히 앉은 당사자들이 조용히 흐느꼈다. 이들을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봐 온 이다감 상담자는 바로 뒷좌석에서 피해자들의 등을 쓸어주었다. 이들은 이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 목포 등에서 새벽 KTX를 타고 이곳에 왔다. 그러나 재판은 15분 만에 끝났다. 전체 내용보기